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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모델의 적극적인 참여가 작품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사진가는 모델과 더불어 공동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사진을 찍는 절반의 역할만 할 뿐이지요. 예술가가 모델에게서 창작행위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때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법과 같은 순간을 뽑아낼 수 있어요.’”
이 초상화는 화가와 모델이 정복자와 희생자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 창조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아있다.
막스 베크만, 핑크색 점퍼를 입은 크바피, 1932∼34년.
20세기 독일의 화가 막스 베크만이 두 번째 아내인 마틸데 폰 카울바흐를 그린 초상화에 흥미를 느낀 것은 모델을 표현한 방식 때문이었다. 베크만은 아내를 이상화된 뮤즈로 그리기보다는 강한 개성과 자의식을 가진 매력적인 현대 여성으로 표현했다.
대부분의 초상화에서 여성 모델은 그림의 주인공이 아니라 대역에 불과했다. 인간 천사, 정물처럼 움직이지 않는 수동적인 여성, 남성의 관음증을 자극하는 성적 대상물로 연출되곤 했다. 즉,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창조자인 예술가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파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마틸데의 모습을 보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관습에 도전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베크만은 마틸데와 20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재혼한 후 젊고 아름다운 음악가인 아내에게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할 것인지, 남편의 성공을 도와주는 존재가 될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마틸데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웬디 스타이너의 저서 ‘진짜냐 가짜냐 모델이냐’를 읽고 대답을 얻게 되었다.
이 초상화는 화가와 모델이 정복자와 희생자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 창조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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