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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교육이다. 교육 중에서도 입시는 과히 백약이 무효할 정도다. 이유는 학창시절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고, 사람 됨됨이를 가리지 않고 상류사회 일원의 자격증이거나 아니면 인생 패배자의 낙인쯤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 자체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예컨대 공교육을 바로 세우면 사교육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에서부터, 현재의 한줄서기 교육을 혁파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가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해법은 다양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입시전쟁이라고까지 하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 해법은 없을까. 있지만 너무 어려운 길이고, 또한 위정자들이 사회를 바꿀 의지가 없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교육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과 이 문제를 개혁하지 않고는 진정한 미래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모든 문제는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부작용에서 벌어진다고 진단하는 학자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직장을 얻지 못하거나,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결국은 자본의 논리에 따른 것이고, 여기에 교육 정책의 실패가 겹쳐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학교수들이 이제 드디어 대학 개혁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진보 진영 교수들이 대학 문제를 다룰 때는 대학 민주화 문제에 주로 집중했지만 이 책은 대학 개혁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동하는 대학 구조조정, 국공립대학 정책, 사학비리 문제, 반값등록금 실현, 사립대학의 정부책임형 대학으로의 전환, 대학 재정, 대학평가, 대학 입학정원 조정, 비정규 교수 문제, 개방대학과 전문대학 정책, 국립교양대학과 대학통합네트워크 설립, 대학 개혁 로드맵 등 다루고 있는 주제도 다양하다.
대학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 교육의 제도적 측면과 함께 교육 내용의 측면도 짚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체도 위기에 빠진 지금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교육, 그리고 이 교육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이뤄지는 대학 교육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때 요구되는 개혁은 한편으로는 평등의 원칙을 되찾아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교육이 망가뜨려 놓은 교육 내용들을 재정비해 교육과 학문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만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동안의 교육이 경쟁을 통해 타자를 지배하려는 교육 이념을 추종했다면 이제는 협력을 통해 서로 더 나은 인간 주체가 되게 하는 새로운 모형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마다 관점이 있어서 모든 글이 일관된 틀을 따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이 민교협, 교수노조, 비정규교수노조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대학 개혁 운동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측면도 많다.
이 책은 대학 개혁이 교육 운동의 핵심적 의제로 떠오른 시점에 교수 운동 진영이 한국의 대학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살피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지혜를 모은 것으로 교수들의 집단지성이 발로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편집, 한울아카데미 간,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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