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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지방이 부리고 돈은 서울이 갖는다- 이상규(뉴미디어부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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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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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충남 태안군 소재 안면도에서 전국 언론인들의 세미나가 열렸다. 창원에서 그곳으로 가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자동차로 가든 기차로 가든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다. 강원일보 기자는 오는 데 4시간가량 소요됐다고 했다. 한국언론재단은 전국의 중심이며 경치가 좋은 곳이라며 충청지방에서 행사를 개최했지만 참석자들은 그곳에 참석하는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서울이 거리상 멀지만 교통이 가장 편리하므로 다음엔 서울서 행사를 갖자”는 것이었다. 서울이 멀어도 역시 대한민국의 중심이었다.

#2.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3명이 자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자녀 중 1명씩은 모두 서울 소재 대학에 자녀를 유학보냈다. 자녀 중 한 명은 소위 ‘인서울’에 성공했지만 지역에 사는 부모들이 그들을 뒷바라지하느라 다들 애를 먹는다는 데 공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자녀 한 명이라도 교육시키려면 등록금 외에 집값·밥값·용돈 등 한 달에 적어도 100만원씩은 든다는 푸념도 나왔다. 서울에 살았으면 지불하지 않아야 할 비용을 예나 지금이나 지방 부모들은 지불하고 있다.

#3. 경남 창원시, 거제시, 그리고 울산광역시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공단과 대기업이 있다. 두 지역에서 공단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자동차 조선 가전 공작기계 등은 상당수가 수출돼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간다. 그런데 이들 공단의 대기업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다. 지역에도 임원을 두지만 핵심적인 결정권은 서울 본사에서 갖는다. 지역 임원에게 지역 공헌 사업에 대한 재량권을 물어보면 조그만 사업까지 서울 본사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열심히 생산하는 사람은 지역에 있고 그 과실을 거두는 곳은 서울이다.

최근 충청, 울산, 경상 등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지난 10여 년간 소득이 유입된 지역과 유출된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10월 25일 발표한 ‘지역소득 역외유출의 결정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충남을 포함한 9개 지역에서 소득이 유출됐다. 유출액은 충남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경북(16조1003억원), 울산(13조6305억원), 경남(12조205억원), 전남(11조5236억원) 등 순이다. 유출된 소득은 서울 등 나머지 7개 지역으로 유입됐다. 유입액은 서울(40조3807억원)이 월등히 높았다. 경기(21조9464억원), 부산(8조4334억원), 대구(7조702억원), 대전(3조482억원), 광주(2조2525억원), 인천(2조582억원)이 뒤를 이었다. 서울과 경기로 유입된 소득(62조3271억원)이 나머지 유입지역의 소득 합계(23조2225억원)보다 많았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부는 갈수록 늘어났다. 보고서는 소득 유출입의 주요 원인이 근로자의 근무지와 거주지가 다르고, 본사와 공장·지사·영업소의 소재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정부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블랙홀 현상은 멈출 기미가 없다. 재주는 지방이 부리고 돈은 서울이 갖는 격이다. 지방이 힘을 모으면 지방에서 번 돈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걸 조금이라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상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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