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경남지역 오페라의 산증인인 정찬희(70) 경남오페라단 단장. 지난 9월로 그가 경남오페라단을 이끈지 만 20년이 됐다. 그가 오페라단을 처음 맡을 당시만 하더라도 공연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지역에서 오페라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아 오페라단이 오랜기간 존재할 것이란 생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폭넓은 인간관계와 지역에서 오페라 발전에 대한 강한 열정을 통해 매년 수억원이 드는 대작을 무대에 올리는 등 지역 오페라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정 단장이 아니면 경남오페라단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지역 음악계 안팎의 시각이다. 정 단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경남오페라단 단장으로 20년이 됐다. 소감은
△20년이 된지를 모를 정도로 오페라와 함께했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네요. 후원자로 시작해 거의 등 떠밀리듯이 단장을 맡아 지금껏 사명감으로 단을 이끌었습니다. 매년 작품을 올리다 보니 훌쩍 20년이 되었는데, 사실 오페라단 단장은 지인들에게 폐 끼치는 자리입니다. 그 동안 후원을 이어온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후원은 지역 오페라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고 많은 지역민들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즐거움과 보람이 더 큽니다.
- 경남오페라단은 어떻게 인연을 맺었고 단장을 맡게 됐나
△경남오페라단은 1991년 9월 故강영중 교수(창원대 음악과)를 단장으로 창원에서 창단했으며, 이듬해인 1992년부터 1996년 까지 매년 오페라를 공연해왔는데, 1997년 강영중 교수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경남오페라단 활동도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1999년 창원오페라단이 창단되었는데 이 상황을 지켜보던 지역예술계와 오페라 애호가들은 ‘좁은 지역에서 한 단체만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왜 두 단체가 필요하냐?’며 기존의 경남오페라단과의 통합을 시도하게 되었고, 2000년 두 오페라단의 통합으로 경남오페라단이 재탄생하면서 그 당시 후원인 중에 한사람이었던 제가 떠밀리듯 단장을 맡아 지금까지 2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 그간 오페라단을 이끌면서 어려운 점은?
△지역에서 민간 오페라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비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연아이템과 시스템을 갖추어도 제작비가 없다면 무용지물 아니겠습니까? 예술단체도 가만 앉아서 누군가의 후원을 기다리거나 공공지원금만 바랄 것이 아니라 제작비 마련을 위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려야 합니다. 단장을 맡을 때부터 각오하고 시작했지만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도 제일 어려운 점입니다.
- 지역에서 매년 수준 높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떤 식으로 극복했나?
△경남오페라단 운영은 순수하게 경남오페라단을 후원해주는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또 오페라 공연 시 경남도의 지원이 사업진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남메세나협의회를 통한 결연으로 경남은행과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특별후원은 많은 제작비를 필요로 하는 오페라제작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오페라단을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보람된 일은
△지난 20년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보다는 그저 무대에 올렸던 많은 오페라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가슴에 남습니다. 또 보람이라면 그들과 함께 지금까지 오페라를 만들어 오며 매년 발전해나가는 무대를 같이 지켜보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가장 보람된 일인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오페라단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경남오페라단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대표 민간오페라단으로 자림 매김 했다고 자부합니다. 성악가들과 제작진들이 모두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단체가 되었고, 후원기업과의 신뢰도 어느 정도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이제 그 신뢰를 바탕으로 후원자들과 관객들에게 더 사랑받으며 경남지역 모범 예술단체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 근황은?
△제가 현재 건강이 좀 안 좋아져 일들을 좀 내려놓고 휴식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쉬면서 운동도 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격려해준 분들에게 감사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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