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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려진 사회(Concealed Society) 전시회 소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4.2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60
내용

가려진사회
Concealed Society
전시기간 : 2020-04-15 ~ 2020-06-28
전시작가 : 박관우, 박제성, 이성복, 이은희, 조영각, 천근성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07시 (03월-10월)
              오전 10시 - 오후 06시 (11월-02월)
              매주 일요일, 신정, 설날, 추석 당일 휴관
장    소 : 우민아트센터 전관
후    원 : 우민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    최 : 우민아트센터

2020 주제기획 ≪가려진 사회≫

제4차 산업 혁명은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재편인가? 데이터 자본주의로의 이행으로 일컬어지는 데이터 중심 사회로의 급진적 변화에 대해 일반 대중은 미래의 불안을 감지한다.1) 이러한 첨단 기술 도입으로 인해 현재 우리는 종전과는 다른 차원의 소외를 경험하게 되었다.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화 기계의 보편화는 근본적으로 노동 절약적인 성격을 지니면서 기존의 직무들을 상당수 필요 없게 만들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거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디지털 디바이드'와 같은 문제를 양산해냈다. 본 기획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을 통한 변화들을 거스를 수 없는 ‘사회 압력’으로 바라보고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불평등과 소외문제에 주목한다.2)  전시는 두 챕터로 구성되는데 전자는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단순노동은 물론 창의적이거나 정신노동의 상당 부분까지 기계로 대체될 미래 노동 시장의 변화를 천근성, 이성복의 작업을 통해 살펴본다. 후자는 새롭게 등장한 데이터 통치 권력들의 사회적 데이터 변조 전략과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드러내고 ‘알고크러시(algocracy)’3) 사회 아래 예속된 인간의 삶(운명)과 테크노-타자와의 공생 문제에 대해 이은희, 조영각, 박제성, 박관우의 작업을 통해 조망하고자 한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기술의 고도화된 지능의 자동화의 결과로써 ‘기술 실업’의 숙명론적 도래를 언급하며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해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각에서의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바라본다. 천근성은 작가가 지방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발견한 ‘로봇 신호수’를 발견하고 점차 자동화나 무인화로 대체되는 근미래의 직업 풍경을 예견한다. 작가는 지난 전시 《반복 노동 대행 서비스》에 이어 <CGS 홈쇼핑 방송>영상작업과 함께 <운동하는 마네킹>을 선보이며 자동화 기계의 대체로 인해 노동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를 조망한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시각들은 단순한 노동 직무들과 더불어 화이트칼라 (white collar) 직군들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는 제2의 기계 시대4)의 도래를 예언하며 노동의 역할 축소5)와 소득분배변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성복은 <Magic Number 11±1>에서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인간의 창조적 발상의 영역마저 정보처리와 생성의 매커니즘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사이버네틱스의 관점에서 기존 예술 개념에 도전해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쓰임을 부여하고자 실험한다.

데이터 기반 사회는 노동시장의 풍경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알고리즘을 통해 빅데이터를 학습한 포스트 휴먼과 공존하는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자기-타자화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 자의식의 발현 조건을 탐구해온 박관우는 챗봇(채팅로봇)이 만들어낸 대본을 연기하는 두 배우의 대화로 구성된 영상작업 <HUMAN CONVERSATION〉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이들의 대화 내용에 일부 개입해 혼란을 증폭시킴으로써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인간인지 기계인지를 판단하는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물리적 속성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인간 정체성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조건들을 탐색한다.

‘데이터 알고리즘’사회로도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사회는 대중의 무수한 데이터 생산을 매개로 새롭게 구성되는 권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변화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6) 그 이유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통제하는 자가 지배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 지배층의 비전을 정교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각은 <당신이 알아야 할 다른 것에 대해서>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신종 통치 권력이 대중 집단 정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 데이터에 대한 조정과 변조 전략의 방식을 노출한다. 작가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관람객이 카메라 앞에 다가서면, 뉴스 앵커의 모습이 관람객의 얼굴과 합성되는 형식의 작업을 통해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쏟아지는 대중의 데이터 쓰나미 속에서 우리 모두가 진실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검증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을 상기시킨다.

대중의 데이터 활동을 배양하는 거대 IT 소셜미디어 기업의 ‘플랫폼’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존하여 오늘날의 자본과 권력에 의해 새로운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통치 수단이자 연장이 되었다.7) 그러나 정교하고,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 이여야 할 알고리즘은 입력되는 데이터의 문제점 때문에 공정하지 않고 편향적 결과도 도출8) 될 수 있음을 IT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은희는 이처럼 입력되는 데이터의 편향성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기술 오류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상 작업<contrast of yours> 를 선보인다. 작가는 데이터 코딩 과정에서 수많은 편견이 기입될지 모르는 자동 기계적 질서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러한 알고리즘의 차별성이나 편향성, 왜곡이나 조작, 부당 사용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알고리즘 책무성(algorithmic countability)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동시에 데이터의 감시망 바깥에 위치해 ‘보이지 않고, 불일치되고, 인식되지’않는 3가지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에 포박되지 않을 대안과 새로운 선택의 경로를 모색하게 만든다.

빅데이터 그 자체를 공유하는 것은 사회 혹은 공동체 전체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의 필요에 따라 우리의 모든 담론-정서-생체리듬이 데이터가 되고 알고리즘 명령에 의해 쉽게 소환되면서 특정의 목적을 갖고 분석9)되는 위험성을 함의한다. 동시대를 ‘디지털 심리정치’의 시대로 규정하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빅데이터와 데이터 마이닝 과정을 통한 빅데이터의 미시 물리학이 의식에서 벗어나 있는 미시 행동을 가시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로써 우리는 집단 무의식의 접근이 가능해 졌으며 의식에 잡히지 않는 차원에서 대중의 행동을 장악하고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박제성은 영상작업 <universe>를 통해 의식적 이데올로기 자장을 넘어서서 인간의 욕망, 정동, 선호의 흐름 조절과 통제에도 관여10)하는 데이터 기반 통치 권력의 영향력과 파급효과에 대한 위기의식을 투영한다. 작가는 텅 빈 공간을 부유하며 영원히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장치에 빗대어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 정서마저 디지털 데이터로 포획되어 자본주의의 이윤체제에 복속되거나 데이터 통치관리의 새로운 관리 대상이 되는 현대인의 예속된 삶(운명)을 은유한다.

기술 혁명의 테크놀로지를 소비하고 그에 걸맞은 적절한 행동과 기대들을 인정하라는 암묵적이거나 명시적 요구들은 국가, 기업, 언론들에 의해 양산되어 새로운 형태의 사회 압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를 인식하고 있을지라도 일반적인 경우 사회 압력은 사회기대, 생존조건, 근무조건, 인간관계 등을 형성하고 있어 완벽하게 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기술혁신으로 인한 변화들을 상수로 두고 고민하기에 앞서 삶의 조건을 구성하거나 현대의 정치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기술 수용에 관한 숙고와 성찰의 과정이 존재했었는가에 대해 반문해야 할 때다. 미래학자들은 빅데이터 소유와 접근정도, 분석능력, 통제능력에 따라 디지털 계급(digital-classes)11) 이 발생하고 이들 간 계급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데이터 권력의 작동방식은 실제 지배 코드의 논리를 파악하기 어려워 인간의 눈으로 도통 감 잡을 수 없는 감시와 통제의 영역으로 숨겨진다. 전시는 그 가려진 이면에 틈입해 기술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요구를 사회 압력으로 바라보고 미래 혹은 현재 진행 중인 데이터 사회 아래에서 양산된 다차원적 소외문제에 대해 재고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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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광석,『데이터 사회비판』, 책 읽는 수요일, 2007, p.116.
2) 이홍균,『소외의 사회학』, 한울, 2004, p.167.
3) 알고크러시(algocracy)는 알고리즘에 의한 지배, 알고리즘에 바탕을 둔 정부를 일컫는다. (네이버 사전)
4) 제2의 기계시대(second machine age)는 MIT 비지니스센터 에릭 브린 욜프슨(Ericbrynjolfsson)와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가 만든 용어로 자동화로 인해 사무직 노동자가 대체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인류 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기술이며 증기기관이 제1의 기계 시대를 열었다면, 디지털 기술이 제2의 기계 시대를 열고 있다고 설명한다.
5) Thomas pikettky,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Cambridge, MA: Belknap Press, 2014).
6) 이광석, 위의 책, p.13.
7) 이광석, 앞의 책, p.14.
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052038015&code=990507 경향신문 2016. 6. 5일자 기사 참조.
9) 이광석, 위의 책, p.13.
10) 이광석, 위의 책, p.102.
11) Gorz, Andr′e, farewell to Working class : An Essay on Post-Industrial Socialism(London: Pluto press, 1982): 이현웅,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생각의 나무, 2011,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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