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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기 누구 없소!- 박환철(화가)

작성자
박선영
작성일
2013.02.08
첨부파일0
추천수
3
조회수
2097
내용
 
 
게라두스 반 데르 레이후는 자신의 저서 ‘종교와 예술’에서 예술가를 이상한 옷차림, 허름한 외모, 비정상의 행위를 지속하는 특정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바탕한 창작물에 깊은 신뢰와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거듭된 찬사를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무서운 속도의 물질과학이 활개 치는 문명의 이기 속에서 그나마 순수를 고집하는 예술가들은 하찮아 보이고, 쇠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 아메데오 모들리아니, 폴 고갱 등의 삶을 반추해보면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 예술가들은 지독한 시대의 희생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갈구하던 그들은 높은 이상에 반하는 찌든 가난과 대중의 몰이해 혼자만 앓아야 하는 깊은 고독으로 병들고 마침내 주검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또한 근대 우리나라 화단에서 선구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중섭과 나혜석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거식과 행려자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어찌하여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은 동서를 막론하며 되풀이되고 있는 것인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 하였던가!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열정과 영혼을 소유하였던 그들의 패러독스는 한 치 앞만 바라보고 사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작업을 포기하고 일상의 범부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었을까? 비극적 결말이 눈앞에 다가오는 걸 물끄러미 바라다보면서도 왜 그렇게 자신을 내버려두었을까? 그들에게 현실은 하찮은 것이고 영원한 이상을 동경하는 것만이 전부였는지?

진리를 향하고 그만의 이상실현을 위한 숙명,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섭리로 받아들이며 현실과 유리된 일상 뒤에 숨겨진 피안의 세계를 보게 된 그 비극적 주인공들은 마침내 순교자들과 같은 빛나는 존재가 되어 지금 현재는 부정할 수 없는 미의 제왕들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늘도 예술이라는 그 문제의 목마른 숙제를 풀기 위해 지구의 어느 한 귀퉁이 골방에서 창작의 열정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참혹한 빈한과 정신적 무력감으로 시들어가는 그들에게 별이 초롱하고 고요한 이 겨울밤, 바람이 차기만 하다.

박환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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