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문화예술 관련 출자·출연기관(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 통폐합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윤한홍 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5일 프레스센터에서 산하 출자·출연기관 특정감사 계획을 설명하면서 문화예술 기관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지사는 그 배경에 대해 "만성 부채에 시달리는 도 예산 절감 대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상과 방식은 지난 1월 구성된 도정개혁단 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도지사도 지난 14일 <경남도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들 세 기관의 통폐합 입장을 확인했다. 홍 지사는 이날 조직 운영상의 비효율 등을 거론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홍 지사와 경남도 측은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문화재단 내로 다른 기관이 흡수되는 방법이 유력시되고 있다. 문화재단 전정효 대표이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오는 6월 만료), 다른 두 기관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출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MBC경남홀에서 열린 제1회 경남영상페스티벌 모습. /경남영상위원회 |
경남도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통폐합의 명분은 크게 예산 절감과 업무 중복 등 비효율성 개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목적만으로 문화예술 기관을 하나로 묶는 게 옳은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경남문화재단·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경남영상위원회 세 조직은 모두 설립된 지 3년도 안 된 신생기관이다. 문화재단과 영상위원회는 3년, 콘텐츠진흥원은 1년이 조금 넘었다. 재정과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책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내기에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문화재단은 이런 조건 속에서도 '도내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와 '아카이브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했고, 문화콘텐츠진흥원은 '경남 문화산업 기반 실태조사'를 도내 최초로 실시했다.
이들 모두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제 막 사업 기반을 다지고, 제대로 된 활동을 펼쳐나가야 할 마당에 비용 절감과 효율화의 희생양이 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 4월 콜롬비아 보고타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경남)관./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
통합 작업이 진행되면 신임 임명과 함께 직제 개편, 인원 재배치, 사업 목표 재설정 등 여러 조치가 잇따를 것이다. 꽤 오랜 시간 문화 행정에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일 통합 작업이 문화재단 전정효 대표이사 임기 만료와 때를 맞추면 지방선거를 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 된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 선임된 기관장이 제대로 된 문화행정을 펼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무 중복' '효율성'이란 명분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문화재단 업무가 문화정책 발굴과 지역 문화예술단체 지원에 있다면,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해 기업들이 생산성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제조업이 중심인 경남은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한참 뒤처진 후발주자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영상·영화·대중가요 등 소위 '돈 되는' 산업 분야는 이미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공동체적 가치를 중심에 놓고 문화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 관련 1인 창조기업 또는 사회적기업 육성, 농·산·어촌을 기반으로 한 지역자원 스토리텔링을 중심 사업으로 꾸리는 배경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문화산업인 게임 분야 부흥을 위한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문화재단과 완전히 다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 12월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경남문화재단 후원의 밤 행사./경남도민일보DB |
업무 영역과 성격이 다른 기관을 한데 뭉쳐놓았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인건비 절감뿐으로 보인다. 반면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말 그대로 '효율적인' 문화정책 운용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될 것이 명백하다.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상과 방식 제시도 없이, 또한 해당 기관과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남도는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 의견을 풍부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