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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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여인이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손은 머리 위를 감싸고 다리는 살짝 꼬아 무릎을 교차시켰다. 여인을 사이에 두고 새와 나비가 꼿꼿이 서 있다.
전반적으로 색이 바래 흐릿흐릿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전혁림 화백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바로 전 화백이 1955년도에 그린 '여인'으로 갤러리 고운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11일 전혁림 화백 특별전에서 만난 전 화백의 아들 전영근 작가는 "작품의 실제 모델이 저의 어머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그린 것으로 그때 당시 어머니는 30대였다"고 설명했다. 유화로 크기는 60호 변형이다.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혁림 화백의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품 10여 점이 소개된다.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전 화백의 말처럼 청색, 붉은색 등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여는 행사가 열린 11일은 비가 쏟아졌는데, 전 화백이 주로 사용한 통영의 바다 빛깔인 청색이 갤러리 안과 밖을 모두 물들게 한 것 같았다.
전혁림 화백의 아들 전영근 작가가 '여인'(1955년 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전 화백의 작품에는 추상적인 것도 있고 장식적인 것도 있고 사실적인 것도 있다. 특히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작품을 보면 추상과 사실 사이를 넘나들었고 전반적으로 색감이 어둡다. 개인적·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전통성과 지역성을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민화적 정물', '푸른 구성' 등을 보면 '시간이 흘러도 모던하다'는 미술 관계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편, 지난 5월 전혁림 화백 2주기 추모제에서는 전혁림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 바 있다. 기념사업회가 공식 구성된다면 경남 출신 미술작가 중 처음이다. 전영근 작가는 이날 "현재 기념사업위원회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지자체 등과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된 것은 없다"며 "이번 전시 이후로 더욱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73-43 갤러리 고운. 문의 055-282-4922.
전혁림 작 '민화적 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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