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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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주 작가의 설치미술 ‘평주신문’. 왼쪽 벽면엔 현수막을 이용한 작품이 걸려 있었으나 이 작품이 논란이 되자 17일 서씨와 미술관은 작품 전체를 철거했다.
‘발렛파킹’의 작품 ‘강약중간약’.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이미지에 붙여진 ‘투표합시다’ 문구가 삭제됐다.
‘리슨투더시티’의 아카이브 작품. 4대강 공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해 정보전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수정됐다.
홍성담 作 ‘4대강 레퀴엠(진혼곡)-첼로 소나타’. 지난 6월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교체돼 논란이 됐다. 지난 11일 오후 5시, 경남도립미술관 잔디밭. 느닷없이 한 남자가 ‘밀양 송전탑 설립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나무둥치에 걸고 있었다. 전시 개막을 보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던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를 지켜보았고, 1시간 뒤 미술관 관계자가 현수막을 걷어내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통해 ‘공공미술관의 역할과 미술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짚어 본다. ▲‘낙동강’에서 ‘폐허’로 돌아서다 현재 경남도립미술관은 ‘폐허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아래 1, 2층에 걸쳐 5개 팀과 7명의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 전시는 ‘낙동강 오리알 떨어지다’라는 타이틀로 작년에 개막 예정이었으나 ‘폐허 프로젝트’로 고쳐져 올해 개막됐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재환 학예사는 “전시의 본뜻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4대강 살리기 명분으로 파괴되는 낙동강을 조명하자’가 아니라 애초부터 ‘1950년대 이후 한국을 지배했던 개발논리를 반성하자’였다. 하지만 낙동강에 한정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점, 현재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과 결부될 수 있는 점 때문에 제목이 수정됐다. 상반기 전시 ‘산수, 디지털을 만나다’도 원제는 ‘디지털 산수인’이었으며 현재 전시 중인 ‘器, 세상을 채우다’도 ‘미니멀, 찻사발에 경의를 표하다’였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전시 전체를 포괄적으로 담도록 제목을 바꾸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현수막 퍼포먼스, 그 사건의 발단 사건의 발단은 전시 개막을 이틀 앞둔 9일 일어났다. 최종점검을 하던 중 몇몇 작품에서 논란이 될 만한 문구가 발견된 것. 서평주 작가의 작품에 쓰인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현수막 2점과, ‘발렛파킹’의 작품 ‘강약중간약’ 중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이미지에 붙여진 ‘투표합시다’ 문구, ‘리슨투더시티’의 작품 중 ‘죽음을 부르는 4대강 사업 통계자료’가 그것이었다. 미술관 측은 서 씨의 작품에 대해 ‘도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당면 문제로 일방적 주장을 소개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공정한 시각이 아니다’, ‘리슨투더시티’의 작품에 대해 ‘4대강 공사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해 정보전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수정을 요구해 작가들이 이를 수락했고, ‘발렛파킹’의 작품은 작가가 직접 선관위에 문의한 후 ‘대선과 관련하여 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정했다. 하지만 서 씨가 개막 당일 철거된 현수막을 임의로 내걸며 이 일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본지 14일자 6면 보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 도립미술관이 공개한 ‘2012년 3차 주요사업전시실행계획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 씨의 작품은 ‘생명연습시리즈’, ‘낙동강오리알’ 비디오 2점과 신문을 이용한 설치미술 ‘평주신문’이 전부다. 즉, 현수막 작품은 애초 계획에 없었다는 말. 이에 대해 미술관 측은 “설치미술은 현장에서 작가와 협의해 연출하는 것이 관례다. 여유 공간이 있어 현수막 작품을 추가로 걸기로 했지만, 민감한 사안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고 서 씨와 합의해 조정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원만한 전시를 위해 합의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 느꼈고, 미술관에 하지 못한다면 바깥에 걸면 된다는 생각에 잔디밭에 설치했다. 별 생각 없이 벌인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논란이 되자 서 씨와 도립미술관은 17일 현수막 작품 전체를 철거했다. 이로써 서 씨는 이미 합의한 사실에 대한 불만을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표출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미술관 측은 임의로 작품을 추가한 점, 작가와 매끄럽게 소통하지 못하고 정치적 잣대로 표현을 제재했다는 구설에 오른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작품만 걸면 끝이다? 예술가와 창작물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떠한 잣대로도 검열이나 제재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은 대중과 작품이 만나는 순간 파생되는 다양한 해석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예술가가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무한히 확장되는 현대미술에서, 공공미술관이 포용할 수 있는 예술의 범주가 어디까지인가의 문제로 결부된다. 김재환 학예사는 “폐허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 메시지 강한 작품을 선보여 공공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담론이 자연스레 대두되기를 바랐다”며 기획취지를 설명했다. 작품을 수정한 ‘발렛파킹’은 “수정해도 작품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고, 미술관의 전문적 소견을 존중했다. 다만 미술관이 창작의 방패막이 되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9년 기획전시 ‘젊은 작가 - 현대미술’ 참여작가였던 배달래 씨는 “미술관이 작품 수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합의를 봤다면 결정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과장은 “미술에도 분명 정치사회적 역할이 있다. 하지만 공공미술관은 고답적 미술을 대중화시키는 목적을 가진 기관이지 논쟁을 공론화시키는 곳이 아니다. 광주야말로 지역특성상 민중미술이 강해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자주 다루지만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되도록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상수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공공미술관의 경직성 운운하기에는 미술이 다루는 영역이 상당히 넓어졌다. 미술관 측이 자기 검열을 하려 했다면 애초에 폐허 프로젝트를 기획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작품교체 논란= 지난 6월 광주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 특별전 개막을 앞두고 홍성담(57) 작가의 작품을 교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사건. 교체된 작품은 ‘4대강 레퀴엠(진혼곡)-첼로 소나타’로, 이명박 대통령이 삽을 악기 삼아 연주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이 허수아비처럼 뒤편에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미술관 측은 개막 전 작가와 협의해 작품을 교체했지만 홍 씨가 지난 12일 “인권도시 광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인권도시의 첫째는 표현의 자유다. 언젠가 말하려 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미술관 측은 “해당 작품이 예민한 사안을 다룬 데다, 사회적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교체를 요청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유경 기자 글= 김유경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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