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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귀한 수집작품 혼자 즐기긴 안타까운 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7.0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392
내용

1980년대 초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히로시마에 갔을 때였다. 일본인 친구의 초대로 집에 놀러 갔다.

 

응접실의 한 부분인 '도코노마'(그림이나 붓글씨를 걸어놓은 곳)를 등지고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친구 할머니가 자꾸 힐긋힐긋 쳐다봤다. 친구가 귓속말로 말하길 자신을 위해 응접실을 '특별하게' 꾸며놓았는데 몰라보는 것 같아 그러시는 거란다. 창피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응접실 한쪽의 가야토기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때부터였다. 박화욱(62) 마산고 교장은 지난 1984년 여름 가야토기 한 점을 5만 원에 구입한 후 쭉 미술품을 수집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모은 것만 해도 400여 점.

 

박 교장은 8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혼자 좋아 만지작거리던 '애장품'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근현대미술과 고미술 감상기라 할 수 있는 <행복한 짝사랑>이다.

 

박화욱 마산고 교장./김구연 기자

 

"처음 시작은 취미 수준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분수를 넘어선 미친(?) 수준이었습니다. 수집을 제대로 하려면 경제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선생이라는 직업으로는 무리죠. 나의 수집욕을 채우느라 아내는 낡은 경차로 출퇴근하고 아이들은 학원을 줄이고…. 가족이 꽤 고생했죠."(웃음)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5만 원짜리 가야토기를 몇 번이나 망설이면서 샀던 때와 다르게 날이 갈수록 수백만, 수천만 원대의 고가품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서울·대구·부산 등에 있는 갤러리를 기웃거렸고, 딸 아이의 방은 미술품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미술 관련 서적과 논문도 두루 섭렵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미술품에 문외한인 지식인이 많아요. 문화예술에 대한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무관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10년 전부터 어렵게 수집한 작품을 혼자 즐기는 것보다는 함께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틈틈이 원고를 준비했죠."

 

누구나 한 번쯤 예술 관련 책을 읽다가 어려운 단어에 숨이 턱 막히고, 얼마 안 읽고 책을 덮어버리는 경험이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예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예술계 용어'다.

 

<행복한 짝사랑>은 소장품 중심의 감상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박 교장은 백남준·박서보 등 화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야기하듯 엮었고, 자신이 수집한 경험담도 솔직하고 재치있게 풀었다.

 

"간혹 친구들이 작품을 먼저 보기보다 '이게 얼마짜리지?' 관심을 보이면 힘이 쭉 빠집니다. 미술품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구매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몇 년 동안 귀한 작품이라고 여겼던 도자기가 가짜라는 감정을 받고 얼마나 허탈했던지…. 그때 당시 1500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반값인 700만~800만 원에 건졌다고 쾌재를 불렀는데, '욕심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죠."

 

초보 수집가라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단순한 구경이라도 미술품을 '보고 또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저절로 자신의 취향이 생기고, 작품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박 교장은 "먼저 안목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고, 살까 말까 고민스럽다면 품에 안기는 느낌이 들 때 사십시오. 특히 초보 수집가라면 검증된 작가의 오리지널 판화부터 시작해보세요.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도 무감각했던 감정이 짝사랑으로 바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짝사랑>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 예당(055-255-7949)에서 판매한다.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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