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지난 4일 창원시 웅남동 경남스틸(주) 5층 송원갤러리에서 마주한 '화수' 조영남(69)은 작품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최충경 경남스틸 대표이사는 이를 보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작품 설치가 잘 됐는지 확인해야겠다며 갤러리로 곧장 왔다. 작품 설치할 때도 조영남 씨가 전화를 걸어 우리에게 작품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일일이 다 설명을 해줬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영남 하면 으레 '화개장터'를 부른 가수를 떠올리지만, 그는 197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40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연 화가이기도 하다. 스스로 화가 겸 가수, 즉 화수(畵手)라고 부르는 조영남을 전시를 앞두고 만났다. 송원갤러리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 지난 2003년 대우백화점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 이후 10년 만이다. 송원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이유는.
"알음알음하게 됐다.(웃음) '화개장터'를 작사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내 아주 오랜 벗인데, 알고 보니 그의 아내인 배우 최명길과 최충경 회장이 사촌 지간이더라. 최 회장이 미술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달 전 송원갤러리를 방문했는데 규모에 놀랐다. 그렇게 둘이 전시를 열기로 약속을 했고 꿈을 이뤘다."
- 최 회장에 따르면 공단 안에서 작품 전시를 꺼리는 화가도 있다더라. 격이 떨어진다고….
"그런 사람은 그렇게 살고 난 이렇게 사는 거고.(웃음) 나는 '재미주의'를 신봉하는 '재미니스트'다. 무엇이든 재미가 있어야 손을 댄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송원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인터뷰 중인 '화수' 조영남. /김구연 기자 |
- 조영남 하면 '화투 작가'를 떠올린다. 화투, 바둑 등 일상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왜 화투를 그리느냐'고 구박을 받았다. 무시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화투를 고집한 이유는 가장 서민적이고 보편적인 오락이기 때문이다. 화가는 관람객을 사로잡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우리가 일본을 배척하면서도 일본 놀이인 화투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는 그 이중성, 모순을 그림으로 쉽게 풀어내려고 했다."
-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미국 신학교에서 신학 학사를 받았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하다.
"정식으로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 독학으로 그렸다. 내가 미술로 가는 길을 터 준 것은 서울대 미대 출신인 가수 김민기다. '형이야말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첫 전시회를 열게 해줬다. 지금 갤러리에 걸린 1960~1970년대 작품 3점이 그때 당시 그린 그림이다."
- 요즘 그림 그리는 연예인 전성시대다. '가수가 미술판을 흔들어 놨다'는 비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소리 들을까 봐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그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편견을 뚫고 나가야지 방법이 없잖아. 이발사가 가수한다? 기자가 가수한다? 난 오케이다. 뭐가 문제야? 몇몇 화가는 연예인 화가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메이저 화랑에서는 초대전을 한 번도 안 했다."
-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인가.
"쉬는 것이 재밌으면 쉴 텐데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으니까. 어디든 불러주는 곳만 있다면 전시를 열 생각이다. 안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어차피 광대인생, 각설이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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