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지난 한 해 누구보다 바쁘게 작업했던 젊은 화가, 노은희(34) 씨.
지난해 봄부터 겨울까지 개인전·단체전 20여 회에 참여하며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작업을 공개하고 관객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있다.
올해 더 바쁠 것 같다고 말하는 노은희 작가를 지난 13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노은희 작가의 작업실은 창원시 사림동의 한 주택가에 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는 반지하라 겉으로 보기에는 창고 같다.
"세 사람이 함께 쓰는 작업실이에요. 제 공간은 안쪽입니다."
그녀가 자리를 안내했다. 99㎡(30평) 규모라는 작업실 곳곳은 책상 서너 개와 소파, 작품들, 재료들로 빼곡했다. 작업실 맨 안쪽, 좌식 책상과 벽면에 걸린 그녀의 작품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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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희 작가가 지난 13일 창원시 사림동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했다. 그녀가 잘게 부순 자개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
노은희 작가는 한국화를 그린다. 창원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작업실을 함께 쓰는 작가는 같은 대학 선후배들이다. 선배인 신미화 작가와 후배인 여윤경 작가다.
김해 진영에서 자란 그녀는 대창초등학교, 진영여자중학교를 거쳐 마산여자고등학교를 나왔다.
처음부터 화가가 꿈인 학생은 아니었다. 중학생 때 미술 교사에게서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권유받았지만 고등학교도 인문계로 진학했다.
"고3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법대냐 미술대냐를 두고 고민했지요. 법조인도 되고 싶었거든요. 미대 입시 준비는 학원에서 했습니다. 한국화와 서양화, 조소 가운데 한국화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그리고 있네요."
2000년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 입학한 그녀는 짬이 날 때마다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했다.
한국화를 그리며 다른 장르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한 번 정한 것은 끝까지 밀고나가는 성격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한눈을 판 적 없다.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지난해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CH61', '경남전업특별전', '창원청년작가회정기전', 'YKA(Young Kyoungnam Artists) #1', '동행전' 등이다.
CH61과 동행전은 창원대학교로 묶인다. 경남전업특별전과 창원청년작가회는 소속된 지역문화단체다.
반면 YKA #1은 새로운 만남이었다. 그림갤러리(창원시 마산합포구)와 갤러리 스페이스 1326(창동예술촌 내)이 공동 기획한 'Young Kyoungnam Artists(젊은 경남 아티스트)' 전시에 참여했다. 당시 감성빈, 강동현, 강창호, 듀, 여원 작가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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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희 작 '빛, 담다' |
노은희 작가는 2년 전 스페이스 1326과 인연을 맺었다.
"강대중 스페이스 1326 대표와 재작년에 만났죠. 당시 '이력서'전이라는 다소 특이한 전시회가 열렸는데 신선하더라고요.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의 또 다른 자화상을 조명하는 자리였죠. 스페이스 1326으로 지역 젊은 작가들도 만나고 있죠."
그녀는 지난해 스페이스 1326과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경남국제아트페어, 싱가포르 뱅크아트페어, 서울아트쇼에도 함께 했다.
"작년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를 잊지 못해요. 제가 처음 나갔던 아트페어거든요. 작품도 팔렸어요. 40대 여성분이었는데 제 작품을 좋아해주셨어요. 그분과 연락하고 지냅니다. 전시회 소식도 알려드리고요."
노은희 작가는 페이스북으로 작업 모습을 공개한다. 일반 시민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페이스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재밌어요. 다른 작가도 알고 소통도 하고요. 그런데 걱정하는 선배도 많아요.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과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는 게 좋다고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작업에 대한 자신감과 힘듦이다.
'빛'을 주제로 작업하는 노은희 작가는 한지에 먹을 칠하고 달항아리 등을 그린다. 항아리 안에 복을 쌓듯이 차곡차곡 빛을 담는데 빛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일일이 선을 그리기도 하고 자개로 반짝임을 표현한다. 작업 강도가 엄청나다.
"얇은 선을 긋고 아주 잘게 부순 자개를 아교로 붙입니다. 원하는 형태에 하나씩 붙여야 원하는 느낌이 살아요. 일일이 손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요. 온몸이 저리답니다."
그녀는 오는 5월 아츠풀 삼진미술관(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초대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
올해도 스페이스 1326과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매년 열리는 정기전도 준비한다.
하지만 큰 욕심이 없다. 거창한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어릴 적엔 목표, 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며 살았는데 작업을 할수록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작업 자체에 집중해 더 나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거든요. 저는 여전히 붓을 잡고 있는 모든 작가를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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