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성지 밀양 표충사(주지 진각스님)가 임진왜란 당시 ‘사명당 유정 교첩’을 개인 소장가로부터 기증받아 인수했다.
기증식은 11월28일 표충사 주지 진각스님과 기증자 김상자 씨를 비롯해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송천스님, 김종민 경상남도 문화재전문위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지 접견실에서 이루어졌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634호인 ‘사명당 유정 교첩’은 조선시대 대선(大選, 승과에 합격한 스님이 처음 받는 법계)인 사명당 송운대사를 경상도 총섭에 임명한다는 내용으로, 선조 26년(1593) 8월에 비변사가 왕명을 받아 발급했다.
교첩이 임진왜란 당시에 발급됐다는 것과 임명장을 발급한 곳이 비변사였다는 점, 임명당시 사명당의 법계가 대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서로서 이 교첩은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74권, 선조 29년 4월17일 계축 6번째 기사에는 비변사에서 선조에게 경상도 좌, 우도에 각각 총섭을 선출하여 일을 분장시킬 것을 건의 하는 기록이 있다.
1596년 명 만력(萬曆) 24년 비변사가 아뢰기를, “승장(僧將) 유정(惟政)이 지금 경상도에서 승군(僧軍)을 통솔하고 요새를 설치해 방비하는 등 모든 일을 조치하고 있는데, 지방이 넓고 또 한 총섭(總攝)으로는 승군을 징발함에 어려운 일이 많다고 합니다. 좌, 우도에 각각 총섭을 선출하여 승군을 징발하는 일을 분장 시키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따랐다” 라는 기록이 있다.
‘선조실록’의 기록은 1596년 경상도 총섭으로 활약하고 있던 사명당에게 많은 임무가 주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특히 경상도 지역의 수호를 위해 더 많은 승병을 징발하고자 하는 일도 당시 경상도 총섭인 사명당이 모두 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이 교첩은 ‘선조실록’ 보다 앞서 사명당이 경상도 총섭으로 임명된 것을 알 수 있는 최초의 기록인 비변사 문서이다. 문서의 발행은 1593년 9월이지만 임명한 것은 동년 8월 3월 초 3일로 이는 전투가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던 긴급한 상황에서 비변사가 먼저 임명한 뒤 후에 문서를 발급한 것이다.
이날 기증식은 교첩 기증식과 인수인계, 사명당 유정 교첩 관련 브리핑에 이어 표충사당 참배의례 후 수장고로 입고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표충사 주지 진각스님은 “‘사명당 교첩’이 표충사로 오게 돼 사명스님이 다시 현신하신 것 같은 기분”이라며 “이번 교첩 기증을 계기로 사명대사의 나라를 생각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호국의 얼이 더욱 더 선양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기증자 김 상자씨도 ”사명당 교첩이 선친으로부터 전해진 집안의 가보이지만 개인이 소장하는 것 보다는 사명대사의 사당이 모셔진 표충사가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고 문화재로서 더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이라고 판단해 기증하게 됐다“ 고 기증 소감을 밝혔다.
한편 표충사 호국박물관은 ‘사명당 유정 교첩’ 기증을 기념하기 위해 사명당 송운대사 관련 유물과 함께 2021년 춘계향사에 맞춰 특별 전시로 일반에 공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