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사방이 꽃천지다. 장건율 작가의 첫 개인전 ‘테이크 어 픽쳐(take a picture)’가 열리고 있는 창원 인사이드 갤러리에는 크고 작은 꽃 그림 수백 점이 가득 차 있다. 작가가 거제 한 달 살기로 멸종 위기 꽃들을 관찰하며 만든 꽃들이 대형 캔버스 천 위로 자유로이 흔들리고, 100일간 매일 3장씩 그린 300여 점의 꽃들이 하얀 벽면 위에 가지런히 수놓였다.
장건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인사이드 갤러리 전경
작가의 꽃들은 어디서 본 듯하지만 또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잎과 수술과 줄기가 있지만, 색과 질감과 형태는 제각각으로 비현실적이다. 작가는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의 형식만 빌려 마음을 표현했기 때문”이라며 “꽃은 어떻게 표현해도 꽃처럼 보여서, 화면에서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꽃을 그려오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을 찍듯 최선의 프레임을 포착해 선보인다. 지난 3년간 그림을 단절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습득한 것들을 그림에 적용한 것이다. 캔버스를 평면이 아닌 뷰파인더 처럼 바라본 구성, 대형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린 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 편집하거나, 캔버스를 선으로 분할해서 각각의 꽃 이미지를 담는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이번 전시 소개글을 쓴 작가의 누나 장참미씨는 작품을 이렇게 안내한다. ‘나는 장건율을 통해 동일한 경험도 누구에게 가 닿느냐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꽃이 되기도 한다는 걸 배웠다. 슬픔도 괴로움도 그것이 뿌리내릴 마음이 비옥하다면 끝내는 아름다운 꽃으로 만개할 수 있음을.…장견율은 화면 위에 담긴 것들이 오직 좋고 아름다운 상태로 정리되면 조형적으로 가장 조화로운 것을 골라낸다. 마치 카메라 렌즈로 오직 담고 싶은 것만을 크롭 하듯, 자신이 마음을 펼쳐낸 그 넓고도 광활한 평면의 이미지 가운데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작가는 2016년 창원대 미술학과를 졸업해 청년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며, 경남도립미술관 N아티스트전(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2018) 등 국내외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는 1월 3일까지.
장건율, 2020, 65x100cm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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