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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新문화의 향기] (3) 대안공간 로그캠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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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31
내용

창원대 기숙사 후문 앞 3층 붉은 벽돌 건물의 1층, 입구의 아치형 차양막 아래 ‘대안공간 로그캠프’라 적힌 나즈막한 검은색 입식 간판이 시선을 끈다. 창원대 미대 출신 청년 작가들이 꾸려가고 있는 창원 유일의 대안공간이다. 지난 4년간 같은 외관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 온 로그캠프는 모두가 위기라고 떠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꾸준하게 청년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있었다.

창원대 미대 출신 청년 작가들이 꾸려가고 있는 창원 유일의 대안공간인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정소명 대표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창원대 미대 출신 청년 작가들이 꾸려가고 있는 창원 유일의 대안공간인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정소명 대표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28일 찾은 로그캠프에서는 612×MIND CAMPER의 ‘방안의 코끼리’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올해 첫 전시다. 슬레이트 문을 열자 입구에 ‘방안의 코끼리’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크고 무거운 문제를 비유하는 표현, 즉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터무니없는 상황에서도 코끼리 이야기를 꺼낸 자신이 부정당할까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입구에 설치된 검은색 커튼을 제치고 들어서면 10여 평 남짓한 공간의 사방이 작품으로 뒤덮여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밟고 다니면서 감상을 해야 하는 구조다. 전시장 한 켠에는 작가들이 ‘방안의 코끼리’를 주제로 수십명을 인터뷰한 영상을 들을 수 있고, 정면 끝 벽면에는 관람객들에게 당신의 코끼리는 무엇이냐 묻고 직접 답을 적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작가들의 소통 방식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로그캠프라서 가능한 전시다.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열리고 있는 ‘방안의 코끼리’ 전시.
대안공간 로그캠프에서 열리고 있는 ‘방안의 코끼리’ 전시.

대안공간 로그캠프는 말 그대로 기존 미술관이나 화랑과는 달리 권위주의와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작가의 제작 활동과 유기적으로 결부된 비영리적 공간이다. 2017년 9월 문을 연 뒤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면서, 창원의 젊은 전시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로그캠프의 시작은 장건율·방상환·박준우 세 청년 작가였다. 창원대 미대 10학번 동기인 이들은 당시 도립미술관 근처의 대안공간인 마루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사비로 공간을 마련했다. 자본은 없었지만 자신은 있었다. 첫 전시 이사람의 ‘정병산 드루이드’를 시작으로 자신 만의 작품을 구축해 오고 있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연이어 내걸렸다. 한소현·설동주·가라미·배우리·송종명 등의 개인전과 핵노잼·뉴포스터 등의 기획전, 타 예술공간과의 교류전 등 연간 10여 회의 전시가 마련됐다. 로그캠프의 모든 전시는 로그캠프 운영진의 논의를 거쳐서 만장일치로 찬성한 전시만 내걸렸고, 그 방식 덕분에 현재 로그캠프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로그캠프 내부.
로그캠프 내부.

이들은 또 전시공간 이상의 지역 청년 문화공간으로 확장성을 꾀하기도 했다. 청년 작가들을 위한 드로우 마켓을 개최하고, 지역 청년 페스티벌인 청춘락서 등 지역의 다양한 행사에서 로그캠프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슬기로운 자취생활’을 주제로 자취생 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로그캠프는 독특한 개성을 구축할 수 있었고, 팬층도 두터워졌다. 현재 로그캠프에는 매달 수 백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고 있고, 전시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그램 공식 페이지도 876명의 팔로워가 구독 중이다.

작업실.
작업실.
로그캠프 창고.
로그캠프 창고.

긴 시간 로그캠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로그캠프를 운영하는 모든 활동은 자발적 봉사였고 비용의 짐은 세 작가가 나눠졌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작품 활동에 전념하다 보니 로그캠프 운영이 각자에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로그캠프의 존폐까지 논하게 됐지만, 2020년 초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한 단계 더 도약해 보기로 결의했다. 이후 창원시의 창원형 청년꿈터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 받으면서 운영비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다.

최근 방상환 대표로부터 대표직은 물려 받은 정소명 작가는 “동기들이 운영하는 로그캠프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짐을 나눠 지겠다고 설득해서 운영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친구들의 로그캠프 활동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로그캠프 만큼은 작가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친구들의 말에 로그캠프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안공간 로그캠프.
대안공간 로그캠프.

앞으로 로그캠프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대안공간이다. 이를 위해 일을 같이 할 동료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과 다양한 지원사업 확보 등이 과제로 남았다.

정 작가는 “이 공간은 작가들을 하나의 행사를 위해 소모되는 존재로 보지 않고, 무형의 노력에 대한 값을 지급하는 존중을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 졌다”며 “그동안 좋아서 하는 일이니 기꺼이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로그캠프가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긴 했지만 운영자들이 존중받는 공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동료들이 들어오면 새로운 결과 기존의 결이 균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공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희생 말고 균형 있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고, 이를 통해 로그캠프가 청년작가들, 예술생태계가 변화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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