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시소식
최정화 작가가 경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살어리 살어리랏다’에 전시한 ‘인류세’ 등 일부 설치 작품을 도립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14일, 도립미술관에서 만난 최 작가는 “경남에서 시작된 기억으로 싹을 틔워 만들어진 작품들을 이 곳에 놓고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 경남에 빚을 졌기에 도민들에게 구정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경남도립미술관 1층에서 최정화 작가가 성게 등 일부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조고운 기자/
최 작가는 기증 의사를 전하기 위해 전시회 마지막 날 이른 아침부터 도립미술관을 찾았다고 했다. 최 작가가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는 일은 처음이다. 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을 비롯해 핀란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 등 해외 유명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수십억대의 가치가 있는 작품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 작가는 “며칠 밤 잠을 못자고 고민한 끝에 ‘인류세’는 여기가 아니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에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는데, 오늘 미술관에 와서 김종원 관장님과 이야기를 하다 몇 작품을 더 기증하기로 결정해 버렸다”며 웃었다.
최 작가가 이날 기증의 뜻을 밝힌 작품은 ‘인류세(Anthropocene, 2020)’와 ‘성게‘, ‘따뜻한 방’ 등이다. 작가는 추후 이 작품들과 연계된 일부 작품을 더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류세’는 도민들의 추억이 담긴 식기류를 기증받는 ‘모아모아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한 24m 높이의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인류세와 연계해서 만들어진 ‘1000개의 이름’ 등 작품의 시작과 과정, 전개, 결과물을 보여주는 작품을 세트로 구성해 기증할 계획이다. 또 작가가 지역에서 채집한 해양쓰레기로 만든 ‘성게’와 청과물 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따뜻한 방’도 한 세트로 구성해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지역과 관련된 전시가 열릴 때 제 작품이 다른 근현대 작품들과 전체적으로 조화가 될 수있도록 설치 작품들을 한 세트로 구성해서 전달하려 한다”며 “예술가는 함께 느끼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들이 경남에 남아서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작가의 기증 의사에 감사하다”며 “절차를 통해 작품을 기증 받은 후 도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최정화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 작가다. 플라스틱 제품이나 재래시장의 물건같이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흔한 것들을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여 일상과 예술, 비예술과 예술의 경계를 없애는 작품을 만드는 등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경남도립미술관의 기획전 ‘살어리 살어리랏다’는 지난해 10월 22일 개막해 4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14일 막을 내린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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