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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중광스님 예술혼 스민 선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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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기인’ 중광스님 예술혼 스민 선화
창원 창동 갤러리 워킹서 ‘중광스님 선화 소장전’
29일까지 달마·닭 등 파격·독보적 작품 선보여

두 마리 새가 날고 있다. 알고 보면 암·수탉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사람의 성(性)을 상징하는 신체 일부가 묘사돼 기묘하다. 닭을 ‘사랑할 줄 아는 생명체’로 주목한 중광스님(1935~2002)의 그림 〈첫사랑〉이다.

마산 갤러리 워킹이 중광스님 선화(禪畵) 소장전을 열고 있다. 중광은 ‘한국의 피카소’부터 ‘걸레 스님’까지 극과 극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걸레는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전서 자작시 ‘나는 걸레’를 낭송한 후 붙여졌다.

갤러리 워킹은 ‘창동의 산증인’ 신명근 관장이 현재호와 박강정, 두 화백의 작품만으로 30년간 운영해오던 곳이다. 이번 소장전은 여동생 신인애 관장이 갤러리를 맡은 후 선보이는 첫 전시다. 1990년 구룡사에 보관돼 있던 그림이 서미옥 메디치회장에게 오면서 공개됐다. 중광스님 작품을 마산서 보는 건 희귀한 일. 1982년 동서화랑 송인식 관장이 초대전을 통해 한 차례 소개한 게 전부다.


신인애 관장은 “중광스님은 제주 출신이다. 1960년 26세 때 양산 통도사서 구하스님의 인가를 받았지만, 1979년 불교 계율을 벗어난 기행으로 승적을 박탈당했다. 나체 상태의 허리에 대걸레를 끈으로 묶고 선화를 그리는 퍼포먼스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지금이야 공론화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걸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광스님 작품은 만물을 평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정신이 스며 있다. 동양화가 심산 노수현 선생에게 사군자 치는 법을 배운 후, 곧 달마에 눈을 돌렸다. 우리가 늘 보아온 달마와 다르다. 검은 형체 밖으로 상대를 노려보는 듯한 안광(眼光)이 번뜩인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그림의 주인공은 닭으로 옮겨졌다. 김기창 화백은 닭 그림을 보고 ‘상상력이 나보다 한 수 위’라며 격찬하기도 했다.

신 관장은 “중광스님은 유년시절 여성을 가까이하면 안되는 존재로 여겼다. 절에 들어가고 보니,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여성의 삶 자체가 수행이라는 걸 깨달았다. 중광스님에게 닭은 인간의 본능이 이입되는 대상이었다. 첫사랑을 표현한 그림만 보더라도 암컷이 수컷 위에 올라가 있다. 여자를 통해 ‘선을 깨우쳤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선화는 스님이 불교 수행을 위해 그리는 그림을 뜻한다. 중광스님은 파격적인 필치로 독보적인 그림 세계를 구축했다. 순간의 영감으로 한달음 획을 그리는 형태다. 똑같은 그림이 두 번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신 관장은 “중광스님은 그림을 자기욕구의 근본으로 삼았다. 최근 중광스님을 기리는 전시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 제주서 일어나고 있다. 그 운동으로 인해 중광스님의 작품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갤러리 워킹은 1992년 마산 창동서 개관한 후 남성동으로 이전했다. 현재 경남은행 창동지점 맞은편(마산합포구 남성로 118)에 자리 잡고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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