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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전시 흥미로운 라이벌전, 마지막에 웃는 자는?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2.11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800
내용
팝아트 전시 흥미로운 라이벌전, 마지막에 웃는 자는?

-경남도민일보-

전시 리뷰 창원 성산홀 '아트인 슈퍼스타' 전 VS 김해 문화의전당 'HERO' 전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은? 이소룡과 장 클로드 반담은 어떨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영웅과 스타의 대결이다. 이런 식의 궁금증이 재미난 이유는 권선징악의 절대 진리 밖에서 대답할 수 있는 상상력이 가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영웅과 스타는 있어왔지만 그 이미지와 형태는 사뭇 다르다.

지금 도내 두 대형 전시장인 창원 성산아트홀과 김해문화의 전당에서도 영웅과 스타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두 전시의 다시보기(리뷰)를 통해 이종간 대결의 결과를 예측해보자.

먼저 두 선수 소개다. 청코너에는 창원 성산아트홀을 대표해 출전한 '아트 인 슈퍼스타(이하 스타)'다. 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스카우트한 '스타'의 체급은 헤비급이다. 30명의 작가가 출품한 작품은 100점을 훌쩍 넘는다. '스타'는 지난해 서울서 빅매치를 치른 선수다. 좋게 이야기하면 앙코르 경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재탕 경기다.

홍코너에는 김해 문화의 전당을 대표해 출전한 '제7회 야외조각전-HERO(이하 영웅)'다. '영웅'의 체급은 라이트급이다. 문화의 전당 로비와 건물 주변에 11명의 작가가 12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비공식 경기지만 '스타' 경기를 보러온 이들이 7000원의 입장료를 치렀다면 '영웅'은 무료 관람으로 타이틀이 걸려 있지 않은 논타이틀매치(Non title match)다. 우선 '스타'에는 전시실마다 2명의 도슨트가 있어 좋은 세컨드(Second 경기에서 선수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사람)를 두었다. 이에 비하면 '영웅'은 섀도 복싱만으로 단련해 누구 하나 옆에서 설명해줄 사람은 없다.

'스타'가 말하는 슈퍼스타는 크게 유명 연예인, 정치인, 만화 주인공, 유명브랜드 정도다. 이에 앤디 워홀, 피카소, 고흐 등 유명 예술가가 포함된 점이 독특하다. 동종업계 선배에 대한 배려 정도로 해석하자.

'스타'의 공은 이념적 편향성을 배제한 점이다. 전시실에는 인세인 박 작 '김일성'과 유영운 작 '김정일' 등 북한 지도자를 주제로 한 작업도 보인다. 체제는 다르지만 북한에서는 이들 부자가 최고 스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스타'가 내놓은 카운터 펀치는 신명환 작 '뻥품샵'이다. 1000원에 스무개가 든 초특급다이어트 과자로만 생각했던 뻥튀기에 각종 모양으로 구멍을 내서 만든 설치 작품이다. 모양에는 루이뷔통, 프라다, 벤츠 등의 로고를 새겨 관람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팝아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가장 무겁게 처리해버린 '스타' 전시의 영웅이다.

인기 영합의 수많은 스타를 내세우는 데 부담을 느껴서일까. 기획자는 농촌의 현실을 그리는 리얼리즘 작가 이종구의 '오지리' 시리즈로 한쪽 벽을 채운다. 막 일을 마친 농촌의 농민을 통해 일상 속 소시민이 우리 시대의 스타라고 말해주려는 듯한데 관람객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에 비해 '영웅'은 대중성보다는 일그러진 영웅을 잘 드러냈다. 일종의 영웅담이라고 하면 될 듯하다. 첫 소재는 아버지다. 이재익의 작품 '심슨 가족'은 미국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차용했다. 사고 뭉치의 아버지를 통해 신화에서 영웅으로, 영웅에서 가장으로, 가장에서 사고뭉치로 변해버린 가족 내 아버지의 위상을 보여준다. 문화의 전당 로비 가운데 있는 임지빈의 'Super Father(슈퍼 아버지)'는 슈퍼맨의 'S'대신 아버지를 뜻하는 'F'가 선명한 옷을 입고 있는 삶에 지친 아버지가 한숨을 쉬고 있다. 지구를 들었던 힘은 어디가고 망토조차 힘겨워 내려놓고 있다.

'영웅' 전시는 디스플레이에서 빛난다. 특히 건물 옥상 모서리에 설치된 홍준경의 '20세기 소년단'은 백미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예수를 대신해 태권 브이를 위치시키고 만화캐릭터 가면을 쓰고 있는 자신의 어린 모습이 11명(유다 제외)의 제자로 등장한다.

다만 '영웅'전시가 적은 작품으로 기획 의도를 드러내려고 하는 바람에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가 되어버린 것이 흠이다.

1라운드는 '스타'의 우세. 이제 2라운드 종이 '땡' 울렸다.

- 여경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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