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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술시장 불황 극복을 위한 덕목들 - 박은주 (경남도립미술관장)

작성자
조예진
작성일
201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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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598
내용
미술시장 불황 극복을 위한 덕목들 - 박은주 (경남도립미술관장)

-경남신문-

2001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조어 더블딥(double dip)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2007년까지 부상하던 국내 미술시장이 더블딥을 겪고 있다.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2009년 경남 미술인들은 경남도의 지원에 힘입어 아트페어를 열었고, 경남메세나협의회에서는 지역미술품 임대사업을 펼쳤다. 그 성과는 뒤로 하고서라도, 이러한 노력 자체만으로도 경남미술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준다.

한편 더블딥 극복책으로 경제계에 대두된 ‘도덕적 투자론’이 많은 관심을 모은다. 세계화 시대에 신뢰의 확보는 필수적이며 이를 이뤄내는 근본이 도덕적 덕목이며, 도덕적 덕목만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미술계에 적용한다면, 미술가나 화랑 또는 경매회사만 아니라 평론가, 학자, 신문방송 등 여러 계층에도 나름의 다양한 덕목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가와 화랑이 세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도덕적 덕목은 무엇일까? 미술가, 미술학자, 미술교육자, 화랑운영자, 미술행정가 등으로 미술계를 두루 체험해온 나의 삶을 돌이켜 보며, 미술가와 화랑이 갖춰야 할 덕목들을 제시해 본다.

미술가는 ① 끊임없는 자기 연마로 질 높은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여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② 수준 높은 미술관의 기획전시에 초대받아 그 능력을 공인받아야 한다. ③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해설은 물론 자신의 예술론 정립을 위해 예술철학자, 미학자, 미술사학자, 평론가 등과의 교분을 쌓고, ④ 해외 위상을 높이도록 권위 있는 아트페어 참가와 비엔날레에도 초대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⑤ 미술시장에서 신뢰받도록 작품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며, ⑥ 이 화랑 저 화랑 기웃거리지 말고 성패를 같이할 진정한 파트너를 통해서만 작품을 내놓고, ⑦ 파트너 화랑이 구매자의 재판매를 보장하도록 판매정책과 제도를 알고 호응하여야 하며, ⑧ 반드시 파트너 화랑을 통해서만 전시에 참여하여야만 한다. ⑨ 지속적 창작생활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자신과 자기 작품을 홍보하기 위한 시간을 할애하고, ⑩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여야 한다.

화랑은 ① 유능한 전속작가 확보를 위해 미술동향 파악과 작가연구에 노력을 경주하여야만 하고, ② 한번 맺은 작가를 놓치지 않도록 창작지원체계에 의한 전속작가제를 시행한다. ③ 전속작가를 미술관과 전시기획자, 미술전문지, 언론 등이 인정하도록 홍보체계를 가동하여야 하고, ④ 전속작가를 적극 홍보하도록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끊임없이 참가해야 한다. ⑤ 유망작가의 우수작품 확보를 위한 신속한 재원 확보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⑥ 고객에게 신뢰받는 안정되고 합리적인 가격체계의 도입과 ⑦ 한 번 판매한 고객이 단골이 되어 더 나은 작품을 구입하도록 되사줄 수 있는 보증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⑧ 객관적인 판매실적 자료를 공개하여 신뢰도를 다져야 하며, ⑨ 엄정한 고객관리를 위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도록 애쓰고 ⑩ 먼 미래에도 살아남을 화랑이라는 분명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덕목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적 인프라도 조성해 주어야 하며 주위 여건이 이를 허용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아무리 미술가와 화랑들이 불굴의 투지로 부단히 노력하더라도 그 기반과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큰 성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미술계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인프라 조성 정책의 수립과 그 정책의 실천적 행위는 그 기반조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경남문화재단에 거는 예술인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박은주 (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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