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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대한민국은 축제 진행 중- 이영식(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 관장)
<경남신문>
천안함 사태 이후 주춤했던 축제의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부의 집계에는 1170여 개의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축제란 이름이 붙지 않거나 소규모의 일회성 축제를 모두 포함하면 3000여 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많게는 하루에도 10개나 되는 축제가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치러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오늘도 사람과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정겹기도 하지만 촌스럽기도 한 만국기에 질펀한 풍악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올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축제는 절기에 따른 제사에서 비롯되었다. 계절에 따라 씨 뿌려 성장을 기원하고, 추수하고 감사하는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만물의 생사와 자연의 순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신들이 탄생했고, 고등종교로 진전되면서 여러 신에 대한 수많은 형식의 제사가 민족마다의 특별한 연중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축제라면 제사 과정의 환각상태나 음주가무의 뒤풀이를 연상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렇기 때문에 엑스터시와 일탈성이 축제의 중요한 의미와 기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축제에 대해서는 민족문화의 기원 문제와 지역발전의 열쇠로서 주목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필자가 관장하는 박물관대학의 주제를 ‘축제, 그 숨 막히는 희열 속으로’라 정하고, 수강생들과 함께 전문가의 강의도 듣고, 전국의 축제현장도 돌아보고 있다. 매화와 산수유 축제에도 가고, 종묘대제도 참관했으며, 가을에는 수원 화성축제에도 가 볼 생각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전통의 계승 여부에 따라 대개 3가지로 구별되는 듯하다. 종묘대제처럼 조선왕실의 제사 그대로를 거행하는 축제, 매화나 공룡 또는 나비 축제처럼 전통과는 무관하게 새로 만들어진 축제, 화성축제처럼 정조 행차의 역사적 사실에 현대적 축제요소를 가미한 축제가 있다. 전통의 축제도 좋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축제라고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축제의 희열과 일탈의 경험으로 일상의 피로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장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 없이 모든 지자체들이 ‘축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시민들의 카타르시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축제가 도시를 만든다’는 말처럼 지역경제발전의 중요 축으로 삼으려는 목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축제와 그렇지 못한 축제라는 아주 현실적인 구분도 있는 것이다. 명물축제로 키워 가려는 지자체의 의지는 강하지만, 결과가 반드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천 도자기축제, 함평 나비축제, 고성 공룡축제, 부산영화제, 광주 비엔날레, 진주 유등축제와 같이 명물축제로 자리 잡은 축제도 적지 않지만, 명물은커녕 지역민의 위안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축제 또한 적지 않다.
성공하지 못한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지자체별로 실로 다양한 주제가 기획되지만, 막상 실행되는 축제의 장면은 어디에나 있는 무대와 관중석의 구도가 대부분이다. 우선 차별성에서 실패하고 있다. 둘째, 전문가도 없이 ‘동네사람’에 의한 주제와 종목 선정, 운영의 축제는 이미 실패를 예약한 셈이다. 현대의 축제는 고도의 종합예술로서 흥행도 추구해야 하는 거대 이벤트이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아마추어가 치르는 축제는 곤란하다. 셋째, 표를 의식해 나눠주기 식의 많은 종목 편성은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시민을 위한 자족적 행사라면 몰라도 명물축제의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넷째, 부풀려진 관람객 수와 보아주기 식 평가는 다음 해에도 그저 그런 축제일 수밖에 없게 한다. 축제의 평가와 감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시군의회도 문제다.
이 기회에 가야문화와 같은 경남만의 역사적 전통을 다시 훑어 볼 필요가 있다. 차별적이고 성공하는 축제의 모델은 바로 거기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이영식(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 관장)
<경남신문>
천안함 사태 이후 주춤했던 축제의 열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현재 문화관광부의 집계에는 1170여 개의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지만, 축제란 이름이 붙지 않거나 소규모의 일회성 축제를 모두 포함하면 3000여 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많게는 하루에도 10개나 되는 축제가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치러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오늘도 사람과 차량의 행렬이 이어지고, 정겹기도 하지만 촌스럽기도 한 만국기에 질펀한 풍악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올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축제는 절기에 따른 제사에서 비롯되었다. 계절에 따라 씨 뿌려 성장을 기원하고, 추수하고 감사하는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만물의 생사와 자연의 순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신들이 탄생했고, 고등종교로 진전되면서 여러 신에 대한 수많은 형식의 제사가 민족마다의 특별한 연중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축제라면 제사 과정의 환각상태나 음주가무의 뒤풀이를 연상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렇기 때문에 엑스터시와 일탈성이 축제의 중요한 의미와 기능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축제에 대해서는 민족문화의 기원 문제와 지역발전의 열쇠로서 주목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필자가 관장하는 박물관대학의 주제를 ‘축제, 그 숨 막히는 희열 속으로’라 정하고, 수강생들과 함께 전문가의 강의도 듣고, 전국의 축제현장도 돌아보고 있다. 매화와 산수유 축제에도 가고, 종묘대제도 참관했으며, 가을에는 수원 화성축제에도 가 볼 생각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전통의 계승 여부에 따라 대개 3가지로 구별되는 듯하다. 종묘대제처럼 조선왕실의 제사 그대로를 거행하는 축제, 매화나 공룡 또는 나비 축제처럼 전통과는 무관하게 새로 만들어진 축제, 화성축제처럼 정조 행차의 역사적 사실에 현대적 축제요소를 가미한 축제가 있다. 전통의 축제도 좋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축제라고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축제의 희열과 일탈의 경험으로 일상의 피로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장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외 없이 모든 지자체들이 ‘축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시민들의 카타르시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축제가 도시를 만든다’는 말처럼 지역경제발전의 중요 축으로 삼으려는 목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축제와 그렇지 못한 축제라는 아주 현실적인 구분도 있는 것이다. 명물축제로 키워 가려는 지자체의 의지는 강하지만, 결과가 반드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천 도자기축제, 함평 나비축제, 고성 공룡축제, 부산영화제, 광주 비엔날레, 진주 유등축제와 같이 명물축제로 자리 잡은 축제도 적지 않지만, 명물은커녕 지역민의 위안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축제 또한 적지 않다.
성공하지 못한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지자체별로 실로 다양한 주제가 기획되지만, 막상 실행되는 축제의 장면은 어디에나 있는 무대와 관중석의 구도가 대부분이다. 우선 차별성에서 실패하고 있다. 둘째, 전문가도 없이 ‘동네사람’에 의한 주제와 종목 선정, 운영의 축제는 이미 실패를 예약한 셈이다. 현대의 축제는 고도의 종합예술로서 흥행도 추구해야 하는 거대 이벤트이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아마추어가 치르는 축제는 곤란하다. 셋째, 표를 의식해 나눠주기 식의 많은 종목 편성은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시민을 위한 자족적 행사라면 몰라도 명물축제의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넷째, 부풀려진 관람객 수와 보아주기 식 평가는 다음 해에도 그저 그런 축제일 수밖에 없게 한다. 축제의 평가와 감사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시군의회도 문제다.
이 기회에 가야문화와 같은 경남만의 역사적 전통을 다시 훑어 볼 필요가 있다. 차별적이고 성공하는 축제의 모델은 바로 거기에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이영식(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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