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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술, 대중에 속아 넘어가다

작성자
김철수
작성일
2010.07.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410
내용
골방에서 듣는 박정수의 미술이야기
예술, 대중에 속아 넘어가다

-서울문화투데이-

대중이라는 것은(사실은 집단도 아니지만) 사회적 지위나 재산, 학벌, 계급을 벗어난 불특정 다수의 집합체이다. 단순히 집합일 뿐이지 집단이나 조직도 아니다. 특정한 누구도 아닌데 여기에 예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중예술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불특정 다수가 즐기는 예술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대중이라는 꼬리표에 의해 예술이 농락당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팝아트’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예술 활동의 한 경향이다. 불특정 다수를 이해시키거나 그들의 입장을 의미하는 ‘대중문화’와는 별개의 것이다.

요즘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팝아티스트 누구는 본인의 몸 자체가 팝을 이용한 작품이다. 어깨에 고양이인형을 얹었거나 말거나 YTN 인터뷰에서 앵커에게 뭘 시켰다거나 문화예술은 별 관심이 없다. 여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별 흥미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이름을 밝히면 그의 예술세계에 동참하는 꼴이 된다. 그가 하는 행동에 관심을 두는 이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야기를 전파하는 문화 취미생들이며, 정보를 생산 유통해야 먹고사는 정보 장사꾼들이다.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현대사회의 예술은 대중에 농락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팔아야 연명하는 꾼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이 꾼들은 보통의 정보일지라도 특별한 정보로 변환시켜 불특정 다수에게 구매를 강요한다. 예술은 절대적으로 가볍지 않다. 가벼운 예술작품이 생산되어 가벼운 가격으로 대중 속에 침투된다면 예술에서 대중문화로의 전환이며 변화이다.

전국시대의 한비자전(韓非子展)에는 ‘어떤 그림이 가장 어려운가하고 왕이 물으니, 그림 그리는 이는 개와 말이 어렵고 귀신과 도깨비가 가장 쉽다’는 말이 나온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늘 접하는 사물은 보편의 기준과 법칙이 있어 보는 이마다 흠을 잡지만 보이지 않는 사물은 개별의 특성이므로 흠을 잡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대중의 드라마나 가요가 히트하면 주인공은 스타의 반열에 오르지만, 미술품이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화가의 본 모습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예술품과 예술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예술품이 대중과 호흡이 맞는다 할지라도 예술가의 예술 활동은 개별의 특성이 유지되는 고도의 정신활동이다. 대중스타가 생산하는 노래나 연기는 보편의 기준과 법칙을 따르지만 예술가에 의해 생산된 미술품이나 연기는 보편을 뛰어넘는 특수한 관계로 형성된다.

대중예술은 어디에 있는가. 정보 장사꾼들에 의해 예술이 가벼워지고, 돈의 가치와 예술의 가치가 같다는 등식이 형성되어간다 할지라도 예술은 대중과 같이 놀지 않는다. 다만, 예술작품이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거나 한 호흡을 유지할 수도 있을 뿐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진품명품’은 예술의 가치가 아니라 수 천 만원 예상가의 물건이 가격 없음의 가짜이거나, 그냥 집에 있던 물건이 로또와 비슷한 수억에 달하는 귀한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재미가 우선한다. 여기에 예술은 없고 대중의 관심을 위한 매체만 존재할 따름이다.

어느 전시장에서 젊은 예술인이 말한다. “내 어머님은 물건과 똑같은 그림을 보여드리면 감동하신다. 하지만 나는 물건을 손으로 복사하는 기술자이고 싶지는 않다.” 대중예술은 대중의 예술이 아니라 대중의 기호를 이해하는 정신의 것이다.

박정수/미술평론가, 갤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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