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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팸플릿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작성자
박주백
작성일
2010.07.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269
내용
[취재노트] 팸플릿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에서 가장 지저분한 자리를 꼽자면 문화체육부 미술담당 기자 자리가 1등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천성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변명을 하자면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한 평도 안 되는 책상 위에 일주일에 오는 우편물만 대략 20여 통. 두꺼운 도록부터 미술잡지, 초대장, 연구물, 전시장 팸플릿까지 쌓이다 보면 '지속가능'한 책상이 될 리 만무하다. 급기야 지난달 책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여 난지도를 방불케 한다. 얼마 전 후배 여기자가 당직을 서면서 스스로 못 참을 지경이었는지 말끔히 청소를 해놓았는데 손만 뻗으면 잡히는 자료가 이날 이후 꼭꼭 숨어 진땀을 흘린 적이 있었다.

모두 쓰레기통으로 밀어 넣으면 깔끔해지겠지만 불가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를 쌓아놓는 줄 알지만 미술기자에게는 보물 같은 자료들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이 가끔 뒤통수를 친다. 주로 팸플릿이다. 전시에 출품하지 않은 작가들이 참여 작가로 올라가 있는가 하면 출품하지 않은 작품이 버젓이 프린터 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팸플릿은 전시의 광고, 선전, 설명 등을 위해 만든 소책자로 회사로 친다면 상품소개를 하는 영업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자료에 다른 제품의 사진이 들어간다면 치명적이다. 팸플릿에는 전시 작품 절반이 출품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크게 지적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작가들의 소극적인 의지 때문이다. 전시 개막이 가까워지면 준비로 바쁜 주최 측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자료제출 기한을 넘기기 일쑤다. 작품 사진 하나 찍어놓지 않고 예전 전시 때 찍어놓은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전시를 앞두고 출품하려 했던 작품이 팔렸다며 다른 작품을 가져다 놓는 일도 있다.

팸플릿은 기록이다. 전시가 끝나도 남는다는 이야기다. 기록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면 같은 작품을 동시에 여러 전시회에 낸 부도덕한 작가로 기록될 수 있다. 미술기자가 전시장에서 팸플릿 작품 사진에 X자 표시를 해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짓말 팸플릿은 신뢰 잃은 전시장의 표본이다.

여경모 기자 bab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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