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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에 '역사기록물관리기관' 만들자
지역사 담긴 공공기록물 대부분 멸실 … 민주화운동 자료도 타 지역으로
<경남도민일보>
창원군을 기억하는가. 1995년 1월 창원시, 마산시와 통합되면서 사라진 행정구역이다. 대산면·동면·북면은 창원시, 구산면·내서면·진동면·진북면·진전면은 마산시로 통합됐다. 불과 15년 전 일이지만 지역에서 창원군의 흔적은 희미하다.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이 거의 사라진 탓이다.
이종흡 경남대 박물관장은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창원군 관련 기록이 대부분 멸실됐다"며 "제대로 된 기록 관리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사는 기록'이라는 명제로 따지면, 창원군은 이미 '사라진 역사'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15년 뒤 창원시민은 마산시와 진해시를 기억할 수 있을까? 다시, 마산시와 진해시는 기록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기록 관리 체계만 놓고 본다면 답은 부정적이다.
유장근 경남대 교수는 "학계에서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했고 그동안 기록물 관리 법률까지 재정비됐지만 아직도 관리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기억과는 달리 기록으로 본다면 마산·진해시도 '사라진 역사'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카이브(archive·역사기록관) 설치다.
◇지역에서 사라지는 지역사 기록물 = 현재 국내에서 틀을 제대로 갖춘 기록관은 국가기록원이 유일하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 2007년까지 시·도 단위 지자체에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운영 계획을 내놓도록 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없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변한 기록관 하나 없어 생기는 폐해는 심각하다. 공공기록물은 창고 기능을 넘지 못하는 지자체 기록관에 묻혀 있다가 한 번에 폐기된다. 지역 곳곳에 흩어진 민간기록물은 개인 또는 단체 소유로 있다가 사라지기 일쑤고, 잘 정리된 기록물 또한 보관 장소가 없어 서울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종흡 교수는 "얼마 전 마산·창원지역 노동운동사를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물들이 보관할 장소가 없어 결국 서울로 갔다"며 "지역에서는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민주화운동 기록물도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록물 관리의 기본인 '현지보존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내 첫 기록물관리기관 창원시에 = 최근 창원시는 마산·진해 통합 과정에서 유휴 공간이 생긴 청사 활용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진해시의회 건물을 창원역사기록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방안이 채택돼 일정 규모와 내용을 갖춘 아카이브가 들어선다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첫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보유할 수 있다. 유장근 교수는 "기록물 관리기관 설치 의무가 있는 시·도조차 외면한 일을 창원시가 나선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시세가 이미 광역단체급인데다, 시의회 건물을 활용하면 큰 걸림돌인 예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수준으로 만들 하드웨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공기록물을 넘어 민간기록물까지 = 지금 지자체에서 논의하는 기록관은 공공기록물을 보관하는 창고 수준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추진하는 지자체는 사실상 없다. 개인 또는 단체가 보관하는 민간기록물 보관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록물 관리가 공공기록물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게 학계 지적이다. 체계적인 기록물관리기관이 갖춰진다면 소장하고 있는 민간자료를 기증할만한 개인도 많다.
이종흡 교수는 "공공기록물 관리기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결국은 민간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호주는 물론 중국·일본의 경우 아카이브는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담고 있다는 차원에서 도서관이나 박물관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앞으로 선진문화도시의 척도는 제대로 된 아카이브가 있느냐 없느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사 담긴 공공기록물 대부분 멸실 … 민주화운동 자료도 타 지역으로
<경남도민일보>
창원군을 기억하는가. 1995년 1월 창원시, 마산시와 통합되면서 사라진 행정구역이다. 대산면·동면·북면은 창원시, 구산면·내서면·진동면·진북면·진전면은 마산시로 통합됐다. 불과 15년 전 일이지만 지역에서 창원군의 흔적은 희미하다.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이 거의 사라진 탓이다.
이종흡 경남대 박물관장은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창원군 관련 기록이 대부분 멸실됐다"며 "제대로 된 기록 관리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사는 기록'이라는 명제로 따지면, 창원군은 이미 '사라진 역사'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15년 뒤 창원시민은 마산시와 진해시를 기억할 수 있을까? 다시, 마산시와 진해시는 기록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기록 관리 체계만 놓고 본다면 답은 부정적이다.
유장근 경남대 교수는 "학계에서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했고 그동안 기록물 관리 법률까지 재정비됐지만 아직도 관리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기억과는 달리 기록으로 본다면 마산·진해시도 '사라진 역사'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체계적인 기록물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카이브(archive·역사기록관) 설치다.
◇지역에서 사라지는 지역사 기록물 = 현재 국내에서 틀을 제대로 갖춘 기록관은 국가기록원이 유일하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이미 2007년까지 시·도 단위 지자체에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운영 계획을 내놓도록 했지만 결과물은 전혀 없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사업을 전혀 추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변한 기록관 하나 없어 생기는 폐해는 심각하다. 공공기록물은 창고 기능을 넘지 못하는 지자체 기록관에 묻혀 있다가 한 번에 폐기된다. 지역 곳곳에 흩어진 민간기록물은 개인 또는 단체 소유로 있다가 사라지기 일쑤고, 잘 정리된 기록물 또한 보관 장소가 없어 서울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종흡 교수는 "얼마 전 마산·창원지역 노동운동사를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물들이 보관할 장소가 없어 결국 서울로 갔다"며 "지역에서는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민주화운동 기록물도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록물 관리의 기본인 '현지보존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내 첫 기록물관리기관 창원시에 = 최근 창원시는 마산·진해 통합 과정에서 유휴 공간이 생긴 청사 활용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진해시의회 건물을 창원역사기록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방안이 채택돼 일정 규모와 내용을 갖춘 아카이브가 들어선다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첫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보유할 수 있다. 유장근 교수는 "기록물 관리기관 설치 의무가 있는 시·도조차 외면한 일을 창원시가 나선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시세가 이미 광역단체급인데다, 시의회 건물을 활용하면 큰 걸림돌인 예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수준으로 만들 하드웨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공기록물을 넘어 민간기록물까지 = 지금 지자체에서 논의하는 기록관은 공공기록물을 보관하는 창고 수준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추진하는 지자체는 사실상 없다. 개인 또는 단체가 보관하는 민간기록물 보관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록물 관리가 공공기록물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게 학계 지적이다. 체계적인 기록물관리기관이 갖춰진다면 소장하고 있는 민간자료를 기증할만한 개인도 많다.
이종흡 교수는 "공공기록물 관리기관을 강조하는 이유도 결국은 민간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호주는 물론 중국·일본의 경우 아카이브는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담고 있다는 차원에서 도서관이나 박물관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앞으로 선진문화도시의 척도는 제대로 된 아카이브가 있느냐 없느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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