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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큐레이터 그림을 말하다]현재호와 마산 어시장

작성자
허지현
작성일
2010.08.1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92
내용

[큐레이터 그림을 말하다]현재호와 마산 어시장
시장 아낙네를 통해 본 삶의 애환 - 김재환 학예연구사

<경남도민일보>

2007년 이맘 때였다. 한낮의 뙤약볕을 견디며 '지역작가 조명전'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위해 마산 창동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사람은 전시의 주인공인 현재호 작가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신명근(현 갤러리 워킹 운영) 사장님이었다. 급하게 떠맡겨진 전시라 내키지 않은 출장이었지만, 현재호 작가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던 당시로 신 사장님을 통한 자료 수집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기대는 적중했다. 사장님이 소장하고 계신 현재호 작가의 작품들과 작가에 대한 옛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고 전시 준비를 열정적으로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1935년 부산에서 출생한 현재호 작가는 부모님의 불행했던 관계로 두 살 때 26세의 나이 차이가 있는 누나 현미씨를 따라 만주, 북경, 대련, 상해 등지를 떠돌다 해방 이듬해 당시 아버지가 계시던 부산에서 정착하였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 친구로부터 우연히 빌리게 된 고흐의 판화집에서 본 '해바라기', '밀밭과 까마귀' 등의 작품은 그를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다. 뒤늦게 화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독특한 스타일로 민주신보사가 주최한 최초의 민전에 4회 연속 특선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던 그는 방랑의 삶을 살게 된다. 부산, 대구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을 방랑하던 그는 1981년부터 마산에 정착하게 된다. 마산 예술계의 따뜻한 온정과 마산 어시장의 푸근한 풍경이 그를 마산에 머물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들을 보는 순간 낙천성과 인간사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느껴졌다. 마산 어시장에서 장사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단순하고 투박한 형태들이 화면의 중심에 배치되어 있지만 단절된 것이 아닌 함께 호흡하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을 감은 듯 보이는 시장 아낙네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비롯한 시장 상인들 삶의 애환을 드러냈다. 파스텔 색조의 부드러운 색감, 단순화된 인물형상과 화면 구성은 인간사에 대한 정감 어린 시선을 보여주었다. 2004년 9월 뇌졸중으로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자유로운 개성을 발휘한 현재호 작가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새롭게 조명되었던 2007년 가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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