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내용
이수인과 명품도시의 전제조건- 정기홍(문화체육부장)
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녁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김재호 작사, 이수인 작곡 ‘고향의 노래’, 초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가곡이다.
압축성장으로 도시와 농촌의 색깔이 없어진 지금 싸리울에 함박눈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없지만 고향의 노래가 들리면, 고향의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 고향집의 겨울을 그저 상상으로 그려본다.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나이 들어서는 추억으로 살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의 노래’를 듣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도시 한적한 구석에서 시간을 붙잡아놓고 이 노래를 듣노라면 싸리울의 함박눈에다 팽이치고, 썰매 지치고, 연 날리던 옛 시간들이 떠오르다 평생 고향집을 지켰던 어머니 생각도 사무친다.
노래 하나만으로 건조한 가슴을 적셔준 이는 바로 이 노래를 작곡한 마산 사람, 지금은 창원 사람 이수인이다.
이수인(李秀仁 1939~)은 ‘고향의 노래’를 비롯, ‘내맘의 강물’, ‘석굴암’, ‘별’ 등 주옥같은 서정가곡과 함께 동요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앞으로’, ‘방울꽃’과 같은 잊혀지지 않는 곡들을 만들었다.
의령에서 태어난 이수인은 마산 회원초등학교, 마산동중, 마산고를 졸업했다. 고교시절에는 당시 국어를 가르쳤던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동양 유일의 종합예술대학인 서라벌 예대에 진학해서는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의 제자로 음악 수업을 받았으며, 학장을 맡고 있던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도 만났다. 대학 졸업 후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성지여고와 제일여고에서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던 진정 마산 출신의 거장이다.
예향이라고 떠들던 당시 마산시도, 마산사람들도 모두가 이수인을 잊고 있을 때 창원의 한 기업인이 이수인을 찾아내 경남오페라단과 힘을 합쳐 2007년 11월 22일 밤 마산MBC홀(현 창원MBC홀)에서 제1회 이수인 가곡의 밤을 열었다. 2008년에는 안타깝게도 열리지 못하다 지난해 제2회 이수인 가곡의 밤이 열렸고, 그리고 초겨울 오는 소리가 들리는 오는 25일 밤 3.15아트센터에서 제3회 이수인 가곡의 밤이 개최된다.
대전시립합창단이 오늘(16일) 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가곡의 향기는 가슴에 스미고…’란 주제로 연주회를 갖는데, 특별히 이수인을 초청해 노래에 담겨 있는 뜻을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타 지역의 관심도 크다.
창원시가 UNEP(유엔환경계획)이 공인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에 수여하는 ‘LivCom Awards’에서 은상을 지난 9일 수상해 지구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창원에서 살면서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창원이 ‘명품도시’임을 절감한다. 특히 지금 같은 가을에.
창원시가 예향 마산의 문화를 지키고, 이수인 같은 이를 발굴해 창원사람으로 단단히 묶어두는 것은 지속가능한 명품도시의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이다.
경남신문_정기홍(문화체육부장)
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녁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김재호 작사, 이수인 작곡 ‘고향의 노래’, 초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가곡이다.
압축성장으로 도시와 농촌의 색깔이 없어진 지금 싸리울에 함박눈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없지만 고향의 노래가 들리면, 고향의 노래를 들으며 어린 시절 고향집의 겨울을 그저 상상으로 그려본다.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나이 들어서는 추억으로 살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의 노래’를 듣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도시 한적한 구석에서 시간을 붙잡아놓고 이 노래를 듣노라면 싸리울의 함박눈에다 팽이치고, 썰매 지치고, 연 날리던 옛 시간들이 떠오르다 평생 고향집을 지켰던 어머니 생각도 사무친다.
노래 하나만으로 건조한 가슴을 적셔준 이는 바로 이 노래를 작곡한 마산 사람, 지금은 창원 사람 이수인이다.
이수인(李秀仁 1939~)은 ‘고향의 노래’를 비롯, ‘내맘의 강물’, ‘석굴암’, ‘별’ 등 주옥같은 서정가곡과 함께 동요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앞으로’, ‘방울꽃’과 같은 잊혀지지 않는 곡들을 만들었다.
의령에서 태어난 이수인은 마산 회원초등학교, 마산동중, 마산고를 졸업했다. 고교시절에는 당시 국어를 가르쳤던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동양 유일의 종합예술대학인 서라벌 예대에 진학해서는 ‘가고파’의 작곡가 김동진의 제자로 음악 수업을 받았으며, 학장을 맡고 있던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도 만났다. 대학 졸업 후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성지여고와 제일여고에서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던 진정 마산 출신의 거장이다.
예향이라고 떠들던 당시 마산시도, 마산사람들도 모두가 이수인을 잊고 있을 때 창원의 한 기업인이 이수인을 찾아내 경남오페라단과 힘을 합쳐 2007년 11월 22일 밤 마산MBC홀(현 창원MBC홀)에서 제1회 이수인 가곡의 밤을 열었다. 2008년에는 안타깝게도 열리지 못하다 지난해 제2회 이수인 가곡의 밤이 열렸고, 그리고 초겨울 오는 소리가 들리는 오는 25일 밤 3.15아트센터에서 제3회 이수인 가곡의 밤이 개최된다.
대전시립합창단이 오늘(16일) 밤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가곡의 향기는 가슴에 스미고…’란 주제로 연주회를 갖는데, 특별히 이수인을 초청해 노래에 담겨 있는 뜻을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타 지역의 관심도 크다.
창원시가 UNEP(유엔환경계획)이 공인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에 수여하는 ‘LivCom Awards’에서 은상을 지난 9일 수상해 지구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창원에서 살면서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창원이 ‘명품도시’임을 절감한다. 특히 지금 같은 가을에.
창원시가 예향 마산의 문화를 지키고, 이수인 같은 이를 발굴해 창원사람으로 단단히 묶어두는 것은 지속가능한 명품도시의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이다.
경남신문_정기홍(문화체육부장)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