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내용
스무살 성인식 치른 동서미술상
이젠 젊은 작가에게 눈 돌려야 할 때
현존 영남지역 최고 화랑인 동서화랑에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경남 유일의 민간미술상인 동서미술상이 20번째 배출자를 내면서 약관(弱冠)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갓을 쓰는 나이란 뜻에 어울리게 동서미술상도 감투를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경남메세나협의회를 통해 경남스틸로부터 메세나 지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금을 늘려 상을 더욱 권위 있게 만들려고 했던 화랑의 희망 불씨도 지피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지원 얻어 권위 상승 희망 생겨
출연한 사재 1억 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높았던 시절도 있어 상금을 주기에 전혀 무리가 없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1억 원의 금리는 상금을 주기도 벅찬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이 지원을 약속해 동서미술상 운영위원회와 메세나 결연으로 매칭 펀드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 300만 원을 지원했던 상금도 500만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참고로 수상자는 동서화랑 초대전을 연 후 수상 다음연도 화랑미술제 초대작가로 참여하게 됩니다. 수상자의 부인도 시상식에서 금가락지를 받습니다.
1990년 제정 이후 91년 첫 배출자를 내면서 시작한 상이 21명(10회는 2명 수상)의 수상자에게 돌아갔습니다. 91년 배출된 첫 수상자 조현계 화백은 여러 경력 중 가장 우선 동서미술상 1회 수상자로 설명되곤 합니다.
20년 세월을 겪은 상에 대한 평가도 해야겠습니다. 상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서 가장 우선은 진정 작가들이 받고 싶은 상인지를 놓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분위기는 우호적입니다. 상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상을 받겠다는 작가도 몇몇 있습니다.
이 정도면 지역 작가들이 받고 싶은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 초기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순서가 되면(나이가 차면) 나도 받겠지' 하고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동서미술상 수상자 경향도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10회까지 수상자를 보면 좋은 작업환경을 갖춘 교육계 인물이 많습니다. 2회 김진관(성신여대), 3회 김영섭(창원대), 5회 김정숙(대불대), 8회 임형준(경남대), 9회 하판덕(호서대), 10회 공동 수상 이규환(진주 제일여고 교장) 등 전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4회 김구 작가를 빼면 1회 조현계, 7회 조경옥, 10회 공동수상 곽기수 작가가 겨우 전업작가로 분류될 만합니다.
10회를 넘어서면서 수상자들의 신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몇몇은 대학 출강을 하고 있지만 모두 전업작가라고 부를 만한 작가들이 포진했습니다. 부산지역에서 판화 작품을 간혹 선보이는 11회 김경희 작가 이후로 12회 심의성, 13회 공태연, 14회 박두리, 15회 송광옥, 16회 최미자, 17회 최학보, 18회 조영재, 19회 김관수, 20회 장치길로 이어지는 전업작가군이 등장했습니다.
동서미술상의 제정 취지문은 포괄적인 문장을 담고 있지만 행간에서는 전업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됩니다. 여건에 따라선 수상자들의 모임인 동미회(회장 조현계)의 그룹전도 다시 시도될 수 있을 듯합니다.
중견 위주 수상 유감·운영위 보강 필요
하지만 미술상의 도약을 위해선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동서미술상의 상패를 보면 특이하게 심사를 맡았던 운영위원의 이름이 사인과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위원들이 이름을 걸고 상을 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것은 94년까지 상패를 보면 조각가 문신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습니다. 변상봉, 김형근 등 지역이나 전국적으로 존경받는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95년 문신 선생의 타계 후에는 고인의 부인인 최성숙 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상자의 권위는 심사위원의 권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위원의 보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서미술상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다른 미술상을 한번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부산청년미술상'이 비교됩니다.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가 1989년에 만들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상입니다. 올해 21회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며 전년도에 개인전을 가진 만 35세 이하의 작가 가운데 지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뽑아 수여하는 상이죠. 매년 초 발표하는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다음해 7일간의 수상 기념전을 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35세라는 나이제한입니다. 동서미술상도 젊은 작가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문제는 경남지역의 여러 문화상 수상자가 원로급으로 한정된 이유로 인해 동서미술상 수상작가가 중견작가에 몰린 점이 유감스럽습니다. 그래서 될성부른 작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란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애정 어린 비판은 곱씹어 보아야 할 과제입니다.
동서화랑 주무(主務)인 송인식 대표가 "개관종사(蓋棺終事).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미술상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지만 동서미술상이 공적영역으로 전환되어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_여경모 기자
이젠 젊은 작가에게 눈 돌려야 할 때
현존 영남지역 최고 화랑인 동서화랑에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경남 유일의 민간미술상인 동서미술상이 20번째 배출자를 내면서 약관(弱冠)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갓을 쓰는 나이란 뜻에 어울리게 동서미술상도 감투를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경남메세나협의회를 통해 경남스틸로부터 메세나 지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금을 늘려 상을 더욱 권위 있게 만들려고 했던 화랑의 희망 불씨도 지피게 되었습니다.
든든한 지원 얻어 권위 상승 희망 생겨
출연한 사재 1억 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높았던 시절도 있어 상금을 주기에 전혀 무리가 없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1억 원의 금리는 상금을 주기도 벅찬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이 지원을 약속해 동서미술상 운영위원회와 메세나 결연으로 매칭 펀드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 300만 원을 지원했던 상금도 500만 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참고로 수상자는 동서화랑 초대전을 연 후 수상 다음연도 화랑미술제 초대작가로 참여하게 됩니다. 수상자의 부인도 시상식에서 금가락지를 받습니다.
1990년 제정 이후 91년 첫 배출자를 내면서 시작한 상이 21명(10회는 2명 수상)의 수상자에게 돌아갔습니다. 91년 배출된 첫 수상자 조현계 화백은 여러 경력 중 가장 우선 동서미술상 1회 수상자로 설명되곤 합니다.
20년 세월을 겪은 상에 대한 평가도 해야겠습니다. 상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서 가장 우선은 진정 작가들이 받고 싶은 상인지를 놓고 결정해야겠습니다.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분위기는 우호적입니다. 상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상을 받겠다는 작가도 몇몇 있습니다.
이 정도면 지역 작가들이 받고 싶은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 초기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순서가 되면(나이가 차면) 나도 받겠지' 하고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동서미술상 수상자 경향도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10회까지 수상자를 보면 좋은 작업환경을 갖춘 교육계 인물이 많습니다. 2회 김진관(성신여대), 3회 김영섭(창원대), 5회 김정숙(대불대), 8회 임형준(경남대), 9회 하판덕(호서대), 10회 공동 수상 이규환(진주 제일여고 교장) 등 전임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4회 김구 작가를 빼면 1회 조현계, 7회 조경옥, 10회 공동수상 곽기수 작가가 겨우 전업작가로 분류될 만합니다.
10회를 넘어서면서 수상자들의 신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몇몇은 대학 출강을 하고 있지만 모두 전업작가라고 부를 만한 작가들이 포진했습니다. 부산지역에서 판화 작품을 간혹 선보이는 11회 김경희 작가 이후로 12회 심의성, 13회 공태연, 14회 박두리, 15회 송광옥, 16회 최미자, 17회 최학보, 18회 조영재, 19회 김관수, 20회 장치길로 이어지는 전업작가군이 등장했습니다.
동서미술상의 제정 취지문은 포괄적인 문장을 담고 있지만 행간에서는 전업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됩니다. 여건에 따라선 수상자들의 모임인 동미회(회장 조현계)의 그룹전도 다시 시도될 수 있을 듯합니다.
중견 위주 수상 유감·운영위 보강 필요
하지만 미술상의 도약을 위해선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동서미술상의 상패를 보면 특이하게 심사를 맡았던 운영위원의 이름이 사인과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위원들이 이름을 걸고 상을 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것은 94년까지 상패를 보면 조각가 문신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습니다. 변상봉, 김형근 등 지역이나 전국적으로 존경받는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95년 문신 선생의 타계 후에는 고인의 부인인 최성숙 문신미술관 명예관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상자의 권위는 심사위원의 권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운영위원의 보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서미술상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다른 미술상을 한번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부산청년미술상'이 비교됩니다.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대표가 1989년에 만들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상입니다. 올해 21회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며 전년도에 개인전을 가진 만 35세 이하의 작가 가운데 지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뽑아 수여하는 상이죠. 매년 초 발표하는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다음해 7일간의 수상 기념전을 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35세라는 나이제한입니다. 동서미술상도 젊은 작가에게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문제는 경남지역의 여러 문화상 수상자가 원로급으로 한정된 이유로 인해 동서미술상 수상작가가 중견작가에 몰린 점이 유감스럽습니다. 그래서 될성부른 작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란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애정 어린 비판은 곱씹어 보아야 할 과제입니다.
동서화랑 주무(主務)인 송인식 대표가 "개관종사(蓋棺終事). 관 뚜껑 닫힐 때까지 미술상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지만 동서미술상이 공적영역으로 전환되어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_여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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