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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흠모하다 친환경 작품까지 만들었어요"
[사람in] 탄화보드 서각작품 개발한 류현수 박사
'나무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서각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목민 류현수(55) 박사의 말이다. 나무와의 사랑에 빠져 한평생을 외길인생으로 살아온 소감이라고 한다.
류 박사는 최근 중밀도섬유판(MDF)에 글씨나 그림을 새김질한 목판을 제작한 뒤 이를 탄화해 서각작품을 완성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학계는 물론 수많은 예술인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류 박사가 개발한 서각작품은 준비된 목재에 글씨나 그림을 새긴 뒤 이를 850℃의 고열로 탄화시켜 옻이나 물감으로 채색해 작품을 완성하는 표현기법을 사용한다.
또, 이 방법을 내용으로 한 논문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한국목재공학 학회지에 등재돼 학계로부터 공인받은 데 이어 이를 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인체 건강에 미치는 목탄(숯)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서각의 아름다움과 소장 가치성을 높인 친환경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침대나 탁자 등의 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탄화 보드의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목재에 있는 수관(나무의 수액이 이동하는 관)의 크기가 균일화되고 조직이 치밀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 개발에 손색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 박사는 "우리 몸에 좋다는 숯에 작품성을 가미해 다양한 모양의 기능성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학술적으로 입증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유년 시절 시골 장터에 버려진 나무로 된 생선상자를 모아 책꽂이, 총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다. 그의 손재주가 가장 발휘된 것은 겨울철 필수아이템인 스케이트였고, 고무로 된 지우개와 도토리 등을 이용해 만든 도장은 서각에 대한 인연의 출발점이었다.
류 박사의 인생에서 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의 주체였으며 전부였다. 류 박사는 경상대학교에서 산림공학이라는 전공의 길을 택했다. 나무와 사랑에 빠진, 나무를 흠모하는 마음은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서각은 아니었다. 서각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다. 대학교 2학년 때, 군 입대를 며칠 남겨놓은 어느 날, 환송 파티가 열렸다. 이곳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류 박사는 '어떤 선물을 할까'라고 고민하던 중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목판에 글을 새기기 시작했다. 스스로 중히 여기고 스스로 사랑하라는 뜻의 '자중자애'라고 적힌 이 작품은 류 박사의 첫 서각작품이다. 물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소중한 인연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했다. 류 박사와 아내인 손봉자(54) 씨의 보물 1호다.
류 박사가 본격적인 서각이라는 예술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9년간의 첫 직장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부터다. 그의 첫 직장은 피아노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고향에 목재 문을 만드는 '목문공예 대신'이라는 공장을 짓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92년 삼림 송문영 선생으로부터 서각(음환각 기법)을 배웠다. 또, 15년 전부터 대학교 후배이기도 한 죽정 박일구 선생에게 서예를 배우고 있다.
친환경 예술로 침대·탁자 등 상품화 기대
류 박사는 그동안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입선, 동양 서예대전 우수상, 아세아 미술대전, 개천 미술공모대상전 우수상, 경남도 서예대전 특선, 한국 서화예술대전 특선, 대한민국 통일서예대전 최우수상, 전국 목구조 기술경진대회 대상(서각)을 받았다. 그러나 류 박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서각용 주재료인 나무를 이용할 때 단순히 목재의 외관적 아름다움만을 활용하는 데서 벗어나, 목재를 구성하는 세포조직 구조의 신비성과 아름다움을 형상화해 밖으로 표출시키는 새김질을 통한 예술화 작업을 시도한 것. 여기에서 숯으로 만든 판(탄화 보드)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서각작품을 개발하게 됐다.
류 박사는 숯과 서각, 그리고 가구를 하나로 접목시키는 작업에 모든 열정을 바치고 있다. 나무가 가진 세부구조를 분석하고, 자신의 서각에 추상적 형태의 이미지를 적용했다. 목재과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학문의 세계를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예술가인 류 박사, '한 평생을 나무사랑에 바쳤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류 박사는 작은 개인 전시관을 갖고 싶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경남도민일보] 장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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