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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아시아미술제를 가다
지금 여기 그리고 나를 찾아서
45도. 셀프카메라를 찍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각도다. 이제는 셀프카메라의 각도가 고정 명사화되어 있다. 정면도 아니고 측면도 아닌 45도로 미술을 스스로 비춰보는 건 어떨까.
아시아미술제가 '셀프카메라:근대적 자아 자리 바꿔보기'란 주제로 관람객과 마주했다.
성산아트홀 전시실을 모두 채운 작품을 차근히 둘러보기 전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시를 총괄 기획한 김백균 전시감독의 서문을 들여다보면 '셀프카메라는 동아시아인들의 현재 모습을 바로보기 위한 두 가지 시선을 염두에 둔 작명이다. 하나는 자신을 보기위해 시선의 중심을 자신의 밖에 둘 때 생기는 인위적, 연극적 요소로 구성된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타자의 시선을 자기시선의 일부로 받아들여 기존의 세계관을 해체하기 위한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밝힌다.
▲ 익숙한 이미지의 초점을 흐린 김정현씨 작품 앞으로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스스로 셀프카메라가 되어버린 전시실에서 관람객은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대어본다. 관람객의 관심을 끈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1층 로비에 설치된 중국 조각가 천원링의 '행복한 삶'이 관람객을 맞는다. 돼지형상의 여성은 현대 물질문명의 극점을 보여준다. 돼지가 보여주는 미술판 '동물농장'이다. 원래 두 작품이 오기로 했지만 한 작품이 중국 정부의 반출 불허로 사진으로 접할 수 있다. 이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접한 작품이다.
로비 중심에는 박유아 작가의 '르쌍띠망-효'가 있다. 작품보다 작가이력에 눈이 가는 인물이다. 전 포스코 회장이자 전 총리였던 박태준의 2녀인 작가는 고승덕 국회의원의 전처이기도 하다. 개막식 당일 주최 측도 모르게 유리창을 깬 깜짝 퍼포먼스는 작품 속 영상으로 구경할 수 있다.
니키 리는 자신이 등장하는 사진을 통해 정체성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이른바 90도에 가깝다. 그는 사진 속에서 분장을 한다. 미국이란 다민족 사회에 속한 여러 계층이다. 때론 히스패닉, 백발노인, 펑크족으로 분장한다. 심지어 젖가슴을 내놓는 쇼걸 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잠깐의 분장으로 관람객은 깜박 속는다. 여기서 정체성의 문제는 증폭된다.
단순한 구성으로 관람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서 우리사회의 한국인화된 이주민과 오버랩 된다.
이번 미술제의 특징은 이전 미술제와 달리 동아시아 미술작가들의 작품에 크게 치중한 점이다. 주류로 있던 국내 작가들이 밀리고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유명작가들의 대형 작품이 대거 반입된 것이다. 예산의 한계를 넘은 듯하다.
▲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리는 북한의 허무맹랑한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영상작품의 배치도 호평이다. 양푸동의 '단교무설', 츠다 미치코의 '바꿈', 아라야 라잠레안숙의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그리고 태국 마을사람들'은 동양적 감성이 잘 살아난 작품으로 주제와 일치성에서 큰 점수를 줄 만하다.
셀프카메라라는 주제에 맞게 아시아미술제 운영위원회는 스스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시아미술제의 기본 취지를 바탕으로 운영상의 반성이다.
아시아미술제의 최대과제는 관람객 수 늘리기다. 성산아트홀이란 좋은 입지여건이지만 실내 전시인 만큼 계획적 관람객 이외의 관람객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홍보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결론은 예산이야기로 집결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행사시기를 여름방학 시즌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히려 잠재적 일반관객을 실외로 유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 미술제를 실내행사로 한정하지 않고 실외 미술축제로 끌어내는 것도 이야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미술애호가에게 인상적인 미술행사가 아니라 폭 넓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참여, 체험형 미술축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아시아미술제의 모태가 되었던 창원청년미술작가회의 '용지야외미술제'의 무대로 돌아가자는 제안이다.
서구중심의 근대가 끝나듯 아시아미술제의 근대도 끝난 듯하다.
5월 10일까지.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아동 1000원.
경남도민일보/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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