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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살아있는 그림 '민화' 다시 읽기
- 판화기법으로 재표현한 민화전 12일부터 마산아트센터
물고기와 새가 대화를 나눈다. 바다 속 물고기 노는 곳에는 꽃이 만개해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일수록 그 의미는 단순하다. 다산을 상징하는 물고기에 덧붙여진 모란은 부귀영화를 기원한다.
이렇게 민화는 그 의미를 따져 보는 이야기 그림이다. 그래서 ‘민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는 말까지 생겼다. 조선 최고의 스토리텔링은 민화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고, 상상속의 용도 소재의 하나가 된다.
근래에 들어 민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특히 민화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벌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진품이 확실치 않은 유명한 화가의 작품보다 민화의 가격이 높은 실정이다. 낙관과 직인이 없는 민화가 이렇게 고공 행진하는 것은 누구의 작품이든 민화가 한민족의 미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화의 독특한 시각과 채색 기법은 예술가에게도 귀한 영감을 제공한다. 가까이에서 작업을 했던 코발트화가 고 전혁림 화백은 생전에 인터뷰를 통해 “우리 민화를 바탕으로 내 그림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런 민화를 소재로 전시가 마련되었다. 12일부터 마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어제와 오늘의 한국 민화’전이다. 8폭 병풍을 포함한 고(古) 민화와 현대 판본민화, 민화판화, 세라믹으로 제작한 민화부조 등 60여 점이 포함된 교육형 전시다.
이번 전시의 의의는 여타의 민화전시와 달리 민화를 대량으로 복제하기 위한 판화제작기법을 보여주는데 있다. 이런 전시를 통해 일반 백성의 그림이란 의미로 지어진 민화라는 이름으로 인해 일반 백성들이 쉽게 민화를 접했을 것이라는 일반인의 편견도 함께 깨우쳐 준다. 민화 역시 백성들의 눈앞에서 쉽게 즐기거나 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유일본으로서의 민화에 대한 전시가 대부분이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의미를 느끼게끔 민화의 대량 복제라는 의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영인본으로서의 민화다. 조선시대 말기에는 궁중민화의 민간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궁중민화를 민간에서 판화로 제작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장식용 판화를 상업화하고자 시도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서점이나 화상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의 상황에 의해 이러한 시도는 크게 번성하지 못하고 중도에 꺾이고 만다.
민화의 제작기법이나 재료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민화를 그리기 위해 하나의 원화를 화본으로 사용함으로써 같은 그림을 계속 복제도 해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민화제작에 목판화 기법을 사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산아트센터 김영미 큐레이터는 “생활공간에 외국 어느 미술관의 전시 포스터나 그림엽서를 정성스럽게 액자에 끼워 걸어 놓고 있는 우리가 우리 고유의 그림을 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우리 문화가 겪고 있는 간극이다”며 “이런 취지에서 민화를 석판화라는 현대적인 기법으로 재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그 멋과 맛을 살리도록 한 것이며 고유한 의미와 상징체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현대 판본민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6월 12일까지.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리 390 마산아트센터.
055-271-5150.
[경남도민일보 = 여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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