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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더미 쓸고 간 자리에 반파 건물만 처참히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처참했다. 산비탈과 마주한 건물 1층 뒷벽은 쓸려 내려온 토사와 나무들에 완전히 뚫려 세찬 비바람을 그대로 맞아들이고 있었다.
건물 바닥은 흘러내려 온 토사와 누런 흙탕물로 범벅을 이뤄 장화를 신지 않고서는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으며, 나뒹구는 사무집기와 각종 비품이 나무와 함께 어지럽게 늘어져 있어 산사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쓸려 내린 산비탈은 마치 누군가가 깎아놓은 것처럼 가파르게 절개된 모습이었다.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지난 13일 오전 사천 곤명면 작팔리 큰들문화예술센터(대표 전민규) 집단창작작업장을 찾았다. 지난 9일 산사태로 사무동과 숙소가 거의 반파 지경의 피해를 본 닷새 뒤였다.
산사태는 지난 9일 오후 3시경에 일어났다. 평온했던 사무실. 큰들 식구들은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큰 산사태가 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업무를 보는 와중에 재앙이 덮쳤다.
우르르 소리를 내며 흙무더기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사무실 뒤쪽 벽을 뚫고 사무실로 밀고 들어왔다. 이내 강철 H빔이 구겨지고, 사무실 전체가 흙탕물에 흙무더기 그리고 소나무와 사무실 집기와 서류가 순식간에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강철 H빔에 석고패널을 덧붙인 임시 건물 구조. 토사와 나무는 순식간에 약한 석고패널을 뚫고 밀려들어 온 것이다.
진은주 큰들 기획실장은 당시 상황을 "마치 TV에서 용암이 분출돼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사천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평균 315.18㎜로 집계됐다. 2004년 큰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후 최대 강수량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입은 피해도 막심하다. 건물 파손은 말할 것도 없고, 15대가 넘는 컴퓨터 등 각종 집기가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비디오 카메라 등 영상편집시설과 영상 자료 대부분이 유실됐다. 지난달 열린 큰들 진주 정기공연 영상자료는 마무리 편집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유실됐다. 28년 동안 모은 각종 공연 자료들도 흙더미에 파묻혔다.
이번피해를 입은 큰들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신속히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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