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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에 새길 불교경전 종이에 옮겨 만드는 본…김경호 씨 전시회 열어
"사경(寫經)없이는 대장경도 있을 수 없습니다."
2011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 지식문명관에서 외길 김경호의 금사경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사경은 말 그대로 불교경전을 베끼는 것.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사찰에 불교경전을 보급하고 승려를 교육하고자 필사하던 것에서 시작했다.
"사경은 1700여 년의 역사를 지녔습니다.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수행이죠. 통일신라시대 '백지묵서화엄경'을 보면 13만~14만 자 중 탈자는 2글자에 불과해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팔만대장경은 사경을 목판에 새긴 것이다. 대장경을 만들려면 먼저 사경(판하본)을 해야 한다. 즉 사경은 목판대장경을 있게 한 근본인 셈이다.
"목판본을 만들려면 먼저 지본묵서(紙本墨書) 사경을 한 후 이 지본묵서 사경을 목판에 뒤집어 붙입니다. 묵서 사경이 목판대장경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죠. 대장경 천 년을 기념하는 거의 모든 전시가 과거 대장경 유물 중심입니다. 사경의 가치와 의의를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고려시대에 꽃을 피운 사경은 그 당시 중국과 일본에서 전문가를 초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달하고 숭유억불(崇儒抑佛·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누름) 정책을 폈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 외길 김경호는 신라·고려시대 사경의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사경 기법을 되살린 주인공이다. 작년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 전통사경기능전승자 증서를 받기도 했다.
"사경을 하려면 몸과 마음, 재료와 도구가 깨끗해야 합니다. 욕심과 성냄이 없어야 하지요. 붓끝 0.1mm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이다 보니 수행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기도 합니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A4용지보다 작은 그림을 완성하는 데 90일 정도가 걸린다. 온도는 35도 전후, 습도는 90% 이상인 곳에서 매일 8시간씩 작업한다. 최근에는 어금니 2개를 뽑았다. 1mm 안의 가늘디가는 선들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사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교의 사경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전통사경과 성경사경, 코란사경, 만다라의 대화 1'이다. 전통사경 기법과 요소를 좀 더 풍요롭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내년에는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타운홀 갤러리와 루빈박물관에서도 전시가 있을 예정이다.
외길 김경호 작 '전통사경과 성경사경, 코란사경, 만다라의 대화 1'.
대장경을 낳은 또 한 번의 고행 '사경'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2172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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