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예술인의 삶에도 '행복 울타리' 생길까

올 초 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은 열악한 예술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몇 년을 끌던 예술인 복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게 했고 마침내 지난 10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마침 경남도의회도 문화예술인 복지조례를 추진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5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김경숙·석영철 도의원과 경남문화정책연구소가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사실 예술인에게 ‘복지’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예술인이 복지의 대상이 된다는 그 자체가 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는 것과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복지의 개념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경남문화재단 정책세미나와 지난 15일 도의회 세미나 내용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인의 생활실태와 예술인 복지법, 복지조례의 과제와 전망을 살펴본다. 

 
▲ 문화예술인 생활실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3년 주기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하는데 최근(2009년) 조사자료를 통해 예술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에서 얻은 월평균 수입액을 보면, 없음(38.7%), 201만원 이상(20.9%), 50만원 이하(15.1%), 101~200만원(14.3%), 51~100만원(11.2%)의 순서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10년간의 추이는 없음이 2배로 증가한 반면, 50만원 이하가 2배로 줄어들었고, 51~100만원 이하도 큰 폭의 하락 추세를 보여 예술활동 수입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예술활동 수입을 포함한 예술인 개인의 월평균 수입액은 301만원 이상(31.3%), 101~200만원(24.3%), 201~300만원(19.9%), 100만원 이하(15.6%), 없음(9.0%)의 순서였다. 2003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101만원 이상은 큰 변화가 없고, 100만원 이하에서 약각 줄어든 반면, 없음에서 약간 늘어났다.

예술인 가구 전체의 월평균 수입액은 401만원 이상(42.0%), 201~300만원(19.1%), 301~400만원(15.1%), 150만원 이하(13.7%), 151~200만원(10.2%)의 순서로 나타났다. 2000년부터 추이를 보면 301만원 이상은 증가한 반면, 300만원 이하는 줄어들어 예술인 가구 차원에서는 전반적인 수입 증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의 취업 현황을 보면 전체 39.2%가 예술활동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가 50% 전후, 다른 연령층에서는 30% 가까운 겸업률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이외의 지역이, 장르별로는 문학, 미술, 연극, 사진에서 비교적 높은 겸업률을 보였다.

겸업을 하는 주된 이유는 낮은 소득 때문에(35.7%),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28.9%), 불규칙한 소득 때문에(24.3%), 고용 불안정으로(6.8%),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3.8%)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형태를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정규고용직이 30%대에서 22.9%까지 떨어져 직업 안정성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회보장 관련 복지수요는 노후연금, 상해 및 질병에 대한 대처, 4대보험 가입 세 가지를 꼽았다.

▲예술인 복지법의 쟁점과 전망

예술인 복지법안에는 예술인을 근로자로 간주하고, 그를 근거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안이 들어 있었다. 최종 통과하면서 산재보험만 남고 나머지는 빠졌다. 예술계 스스로 근로자 의제를 반기지 않는 정서도 있었지만,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 경영자 단체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나온 타협의 결과다.

법률은 통과됐지만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반응도 있다. 현재의 어려운 생활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 향후 위험을 대비하는 정도라는 것. 법에서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근거로 정책에 의한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술인 복지법은 1년 후 발효를 위한 과정은 내년 4월 시행령 초안 마련, 공청회 등 의견수렴, 입법예고 및 부처협의를 거쳐 내년 11월 시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야 하고 표준계약서도 마련해야 한다. 또 경력증명에 관한 대책 마련과 복지재단 설립 및 예산 확보도 따라야 한다.

오세곤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는 도의회 토론회에서 “예술인 복지법은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예술인 고용정책과 결합될 때 진정한 예술인 복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1인 1예술 정책’을 제안했다. 즉 예술인 고용, 국민 행복권,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전 국민이 생활 속에서 누구나 예술을 쉽게 익히고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술인들이 문화예술교육자로서 역할하도록 하면 고용창출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남도 예술인 지원조례 ‘백가쟁명’

김명용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예술인 복지조례 제정을 위해서는 단일 조례를 제정할 것인지, 기존 조례에 추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경남도는 문화예술진흥조례와 경남문화재단 설립운영 조례를 통해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예술인복지 조례를 제정할 경우 중복이나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해 복지재단 설립이 필요한지, 기존의 경남문화재단에서 그 업무를 맡길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강인순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화예술인이 안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예술인 복지법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면서, 차라리 지자체에서 예술인 기본 소득제를 실시해보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남미술협회 이선엽 기획위원장은 적극적인 고용창출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생활예술 활성화를 기치로 지자체가 중소 규모의 예술단체를 몇 개씩 운영하고, 각 단체가 일정 숫자의 예술인을 고용한다면 생활안정과 고용창출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