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이 가진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곰삭은 감칠맛을 풍기리라 한껏 기대를 했는데, 채 1년도 되지 않아 삐걱거리니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름 아닌 위기에 놓인 창동예술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현재 창동예술촌 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을 보면 '도심밀착형 예술촌 조성을 통한 도시재생'을 바탕으로 쇠락한 창동-오동동 지역 상권을 회복해 더불어 잘 사는 도심공동체 형성이라는 목적이 무색합니다. 예술촌 입촌 작가들 사이에도 조화로운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 채 도심공동체 회복을 부르짖었으니 말입니다. 향후 진로를 둘러싸고 갈등과 불화가 지속되는가 하면, 일부 운영진이 금전적으로 '부당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부 잡음은 이미 예술촌 조성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예술촌을 자치단체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예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뉴욕 소호, 중국 베이징 798예술특구, 광주 대인시장, 대전 대흥동 일대 같은 공간들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빈 점포를 찾아 들어가거나 대안 공간을 만들어 정주하면서 예술지구로 거듭난 사례입니다.

   
  창동예술촌 개장식 사진.  

이곳 예술인들은 어렵게 만든 공간인만큼 자발적인 문화창조와 홍보, 마케팅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스스로 한 발이라도 더 움직여야 합니다.

매번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서로 간 사정을 잘 알다보니 잘 뭉칩니다. 한데 모이다보니 대안공동체를 만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공동체 이름으로 아이템을 구상해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따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존 예술촌들에서 보이는 모습이죠.

반면, 창동예술촌은 이와 반대입니다. 대부분 '상명하달식'이었죠. 창원시와 촌장이 모든 일을 다 계획하고 나서 "이런 일을 하겠다"고 예술인들에게 '통보'를 하는 식입니다.

통보도 대부분 행사 이틀 혹은 하루 전에 전달돼 입주 작가들이 난감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창동예술촌에서 열리는 축제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이번 축제 관련 회의를 우연히 참석해 지켜보게 됐습니다. 이날 창원시 관계자는 축제 하루 전 오후 늦은 시간에 10페이지 남짓한 기획서를 만들어 입촌 작가들에게 일방통보한 후 추진을 종용했습니다.

이에 몇몇 작가들이 다급한 행정 처리에 우려를 표시하며 잠시 반발했지만, 이내 묵살당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여태껏 되풀이 돼 왔을 것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단법인 설립 역시 마찬가집니다. 창원시는 예술촌 총괄운영을 대행한 (주)포유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예산을 줄 마땅한 단체가 없자 시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촌 예술인 몇몇을 모아 법인 설립을 밀어붙이는 모습입니다. 공무원 마인드가 빚은 촌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창동예술촌 내 한 입주 작가는 "앞으로 쇄신하려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예술인들이 주체적으로 아이템과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바탕으로 시에 '우리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하려고 하니 검토 후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나서야 한다"면서 "이는 예술인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세 사람이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해 혹시 모를 특혜 논란과 잡음을 막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창동예술촌을 찾은 외국인 부부 모습이다. /경남도민일보 DB  

예술인들이 예술촌에서 단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제안서를 들고 뛰어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내년부터 창동예술촌 업무가 창원시 도시재생과에서 문화예술과로 이관된다는 점입니다. 도로 정비 등 인프라 구축은 도시재생과가 이어가되 예술인들과 호흡은 문화예술과에서 한다는 방침입니다. 문화예술과는 평소 예술인 지원 등에 관한 업무를 해 왔습니다. 따라서 관련 업무 연관성 차원에서 역할에 기대가 큽니다.

특히 창동예술촌은 지역이 가진 오랜 역사성을 바탕으로 지역민들 생활 속 문화를 미술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창원시는 이를 위해 '창동-오동동 일대 역사 탐방'과 같은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예술촌에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경남대 유장근 교수가 중심이 돼 활동한 '마산 도시탐방대'가 좋은 본보기입니다. 가깝게는 지난 9월 창동예술촌 블로거 팸투어 일정에 마련된 '역사 탐방'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창동-오동동을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창동의 현재적 가치를 '창동예술촌'에서 찾는 스토리텔링 작업이 진행돼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잘 짜서 호응을 얻는다면 창동을 잘 모르는 창원시민은 물론, 외부 관광객들에게 창동을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다른 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 움직임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까운 진주에서 매년 열리는 '골목길 아트페스티벌'입니다. '골목길아트페스티벌'은 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진주시청 이전으로 공동화된 진주 내 구도심을 문화예술이 가진 향기로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전업예술인·문화기획자·시민사회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 협업을 통해 기획·제작·진행을 맡아 문화축제를 만들었습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진주 본성동·동성동 일대는 현재 마산 창동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를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원도심 회복을 위해 오래된 골목길을 활용해 문화예술이 흘러넘치게 한다는 개념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장르와 공간 가릴 것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시민과 만나려 노력했고, 시민단체는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진주 삼광문화재단이 지원한 예산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경남문화재단 등 지원확대로 이어져, 진주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대안문화축제로 이름나게 됐습니다.

끝으로 알아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창동예술촌 일대는 마산을 제외한 옛 창원·진해 사람들에게는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 대상이 된 지 오랩니다. 이미 예술촌 조성에 들어간 예산만 20억 원입니다.

이에 더해 인근 창동-오동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쏟아부어질 총 예산은 100억 원에 육박합니다. 창동예술촌은 도심재생은 물론, 이 지역 상권활성화 사업 가운데 첨병입니다.

창원시 내에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계속 불미스러운 일로 창동예술촌이 입에 오르내리면, 창원시도 입촌 작가도 상인회도 시민 예산을 물 쓰듯 쓰고도 도시재생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