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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창원의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잔디조심'이라는 게시물이 학교소식란에 떴다. 4월 30일까지 천연잔디운동장 새싹을 위해 운동장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운동장 사진도 함께 게재됐는데 학생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펜스가 쳐진 모습이었다.
해당 학교 측은 새순이 돋는 봄철이어서 운동장은 사용할 수 없고, 한 편에 있는 모래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잔디운동장은 모래운동장보다 학생들이 다칠 우려가 적어 훨씬 낫다고 설명하면서도 학교 운동장을 취재하고 싶다는 말에는 주저했다. 소문이 나면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민 등이 찾아와 잔디가 많이 망가진다는 게 이유였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중 천연잔디 운동장은 64개교,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는 126개교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학교운동장 사업'을 통해 잔디운동장은 확대되는 추세다.
도교육청은 모래운동장보다 잔디운동장이 낫고, 관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천연잔디보다 인조잔디가 낫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조잔디는 수명이 짧고 잔디표면과 마찰로 학생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도내 학교는 여전히 잔디운동장을 갈망한다. 모래운동장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창원 우암초등학교 잔디관리 프로그램 = 창원 대산면에 자리한 우암초등학교(교장 박근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 감소로 폐교를 걱정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학교에 큰 변화가 일었다.
최근 몇 년간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한 이유는 다양한 교육활동 프로그램이 크게 좌우했지만, 이와 함께 천연잔디운동장도 도시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는데 크게 한몫을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우암초교는 지난 2010년 잔디운동장 조성사업을 완공했고, 지금 한창 그 푸름을 뽐내고 있다.
창원 우암초등학교 잔디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창원 우암초
김해에 살다 지난달 우암초로 자녀를 전학시킨 김병연 씨는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음에 들었지만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천연잔디운동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토피가 있었던 아이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었다"고 했다.
하지만 잔디운동장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인조잔디운동장보다 학생들의 부상이 적고 고열이 발생하지 않지만 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암초교는 잔디관리를 학습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아이들은 제 손으로 텃밭을 가꾸는 농촌체험활동과 함께 운동장 돌 줍기와 주기적인 배토작업 등 천연잔디 관리에 직접 나선다. 학부모와 교직원 등 모든 교육가족들이 동참한다.
박근제 교장은 "천연잔디운동장은 사시사철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관리 어려움 탓에 천연잔디가 외면당하는 지금, 교육가족 모두가 동참하는 잔디가꾸기는 친환경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진주 가람초등학교 "어린이 성장 더 중요" = 진주 가람초등학교(교장 김철수)는 천연잔디운동장이지만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한 학교다.
가람초교는 상평공단 중심에 있는 학교 특성 탓에 주변 공장의 소음과 분진, 배기가스 문제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편이었다. 그래서 친환경 그린스쿨 조성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녹색학교(Green School) 조성 사업을 통해 건물 내·외부를 친환경 소재와 공법으로 전면 리모델링했다. 또 태양광과 지열 등을 활용하는 그린에너지 시공과 옥외 공간을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여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천연잔디운동장도 마찬가지다.
김철수 교장은 "천연잔디운동장은 충격완화 효과가 뛰어나 학생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골절이나 찰과상 등의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지표면 온도를 낮춰주고 공기정화 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가람초교는 친환경적 체육시설인 천연잔디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했다. 잔디 휴면기간에 맞추느라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는 점을 고민하던 가람초교는 잔디관리보다 어린이들의 성장을 택했다.
행정실 문병상 주무관은 "잔디가 노랗게 변하는 가을부터 잔디가 올라오는 봄까지 1년의 3분의 1 이상은 운동장을 쓰지 못한다. 학생들은 트랙에서만 놀아야 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운동장을 전면 개방했다. 잔디가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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