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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선회 기술도 자부심도 가히 장안 최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5.08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1475
내용

일명 '통사시미'. 생선회를 뜻하는 일본어와 통째로 요리한다는 뜻이 합쳐진 말이다. 몸통은 껍질이 벗겨진 채 흰 속살을 가지런히 내놓고 입은 살아있는 듯 뻐끔거린다. 기술과 속도를 필요로 하는 고난도 요리다.

'통사시미'로는 도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이가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서 대광활어를 운영하고 있다. 주인 김종군(52) 씨는 주로 창원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도내 최고라고 말하지만 회를 뜨는 기술로는 전국에서 손꼽힌다고 자신하고 있다. 30년 이상의 요리경험과 사람들이 치켜세우는 엄지손가락이 그 이유다.

김 씨는 1980년대 후반 마산 돝섬유원지(이하 돝섬)에서 최고의 요리사였다. 지금은 옛명성을 잇지 못하지만 당시 돝섬은 유명한 관광명소였다. 규모 793㎡(240평)에 도우미 아주머니만 30명인 횟집에서 주방을 전두지휘한 것이다.

"지금 당장 가진 것은 없어도 확실한 기술 한가지는 있습니다. 몸 하나는 정말 건강합니다."

단 두마디 프러포즈로 1991년 결혼 후 딸아이를 낳고 살림을 키워갔다. 그러나 1993년 덕수개발(주)이 사업시행자로 운영하던 돝섬을 두산개발(주)이 인수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두산개발이 직영 방침을 내세워 개인사업자는 영업을 할 수 없게 된것이다.

 

  

 

 

이 때 김 씨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그동안 꿈꾸었던 횟집을 직접 운영키로 했다. 의창구 소계동에서 '대광횟집'이란 간판을 달자 365일 불 꺼질 일 없이 손님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생선 껍질을 벗기는 기계가 보급되었어도 김 씨는 칼로 비늘과 생선 껍질을 벗겼다.

김 씨는 빨간 피가 묻은 수건과 뽀송뽀송하게 잘 말린 수건을 보여주며 말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걸 제 손으로 다 하다보니 생선 닦는 수건이 빨리 더러워지고 더 많이 사용해야 하죠. 매일 수십장의 수건을 삶아 햇볕에 말려요. 전어철이 되면 수건양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회는 굽거나 끓이는게 아니라 날것으로 먹는 음식이라 청결이 제일 중요해요. 우리집 수건과 도마만 보고 믿음을 가지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도 고집하는 이유는 기계로 하면 아무래도 제맛을 못 살립니다. 생선마다 다루는 법이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쭉 둘러봐도 지금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6.6㎡(2평) 남짓하다. 또 어떤 위기가 있었던 것일까.

전세를 얻어 운영하던 김 씨 횟집은 건물주인의 사업 실패로 경매로 넘어갔다. 전입신고 확정일자 신고를 안해 전세금은 물론, 권리금, 관련 기기들은 다 포기해야 했다. 겨우 냉장고 값만 챙겨 다시 시작한 곳이 6년 전 이곳이다. 지금은 주문·포장만 하고 있다.

김 씨는 "큰 위기에도 이 일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다시 일어날 자신이 늘 있습니다. 계, 환갑잔치 등 모임이나 등산객을 중심으로 단골 손님이 많아요"라며 특유의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는다.

평일 오후 2시, 한시간이란 인터뷰 시간에 포장 손님이 오고 주문 전화가 한 통 왔다.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이 인정한 철두철미한 성격 역시 비결이 아닐까 싶다. 하루같이 새벽 5시 일어나 진동과 어시장에서 물과 고기를 수급하고 밤 10시까지 문 닫는 법이 없다. 꼭 가봐야 하는 문상이 있거나 입원하지 않는 한 아파도 명절에도 가게를 지킨다. 김 씨는 욕심이 아니라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다.

"인천 월미도에서 맞아가며 맨발·맨손으로 혹독하게 배웠어요. 당시엔 양복 입고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지요. 그래서 포기해야지 하는 생각보다 10년 뒤 이 일로 더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생긴건 저도 신기합니다. 민물고기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매일 바닷고기만 생각했죠. 지금도 힘들게 배운 덕에 야무지게 배웠고 그 때 잘 참은 것이 큰 덕이 됐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몇백번 생각해도 천직이죠."

김 씨는 70세까지,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이 일을 할 것 같다고 예언한다. 그러고도 다시 태어나도 회칼을 잡고 싶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후 공장에서 쇠냄새를 못맡아 배운 기술은 그렇게 김 씨에게 희망이자 큰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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