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마을 주민이 함께 뿌리고 거두는 ‘문화 농사’
거창군 웅양면 한기리의 폐교
‘농산어촌 사람들과 문화가 만나,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지역의 황폐화된 삶을 바꾼다.’ 거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문화를 통해 주민의 실질적 생활기반인 지역의 일상을 개선하고 지역문화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장의 활동가를 양성하는 ‘문화이모작 사업’의 취지이다. 이 사업은 참여자가 자발적인 주민문화리더십을 발휘해 문화활동의 주체자로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해 마을사람들이 당면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한다. 단순하게 단발성으로 지원하는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문화를 통해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역문화인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지난 5월 21~23일 경상권 기초과정 연수와 7월 8~10일 경상권을 포함한 전국 4개 권역 집중과정 연수를 거쳤다.
경남지역은 거창군 웅양면 한기리의 ‘할매 할배 학교 갑시다’,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의 ‘우거리 사랑방 되살리기’, 남해군 남면 다랭이 마을의 ‘마음1장 돌1장 옹기종기 돌담길’ 등 3개 마을이 2013 문화이모작 기획사업 시범마을로 선정됐다. 경상권 문화이모작 사업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관하며, 3개 마을은 각각 500만 원씩 지원받는다. 이들 마을은 올 11월까지 마을문화사업을 진행한다. 11월 중순까지 넉 달 동안 지역문화 활동가로서 전문적인 기획·실행능력을 발휘하면서 컨설팅을 받고, 오는 12월 18일 ‘지역문화 성과공유포럼’을 통해 세상에 선보인다. 우수 소모임 및 사업은 문체부장관상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상을 수상한다.
이번에 선정된 3개 마을은 농산어촌의 문화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거창군 웅양면 한기리의 ‘할배 할매 학교 갑시다’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글짓는 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 있는 학교로 재생시키는 사업이다. 추억 속의 배움터를 문화예술교육 공동체의 산실로 되살려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할배(할아버지) 할매(할머니)들이 소풍 같은 백일장을 통해 직접 글을 짓고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작품으로 제작하고 전시한다. 또 그 글을 문패로 제작해 대문에 부착한다.
이를 위해 먼저 문인 멘토와 할배 할매가 함께 만드는 문예교실을 열어 습작활동을 통해 글짓기 실력을 양성한다. 품평회 및 낭송회를 통해 우수작품을 선별하고 추억의 소풍, 백일장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다시 모아내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이 사업은 농촌지역 고령층의 숨어 있는 재능 발굴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세대 간 소통을 활발하게 하면서 죽어 있는 폐교를 살아 있는 학교로, 추억 속의 배움터를 문화예술교육 공동체의 산실로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마을 고령 노인들이 마을공동체 활동의 중심 주체로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의 황토방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의 ‘우거리 사랑방 되살리기’는 기존 황토방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열린 황토사랑방을 운영하고 빈 교실을 활용, 문화갤러리를 만들어 마을의 역사자료 및 추억의 사진전을 개최하는 사업이다. 또 집짓기 교육 강사와 주민이 함께 무의탁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귀농귀촌체험학교 황토사랑방을 개방해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함으로써 상호 친목을 도모하고 귀농체험학교 2층 빈 교실을 활용해 전시공간을 만든다. 또 폐교된 우거초등학교 졸업생 및 마을 주민들의 추억의 사진을 수집해 마을 역사 사진전을 가질 계획이다. 무의탁 독거노인 1~3가구를 강사와 교육생이 더불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지역 예술인 및 음악인을 초청해 주민과 함께 작은 음악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과 체험학교 회원 간의 생산지 먹거리 직거래 장터를 운영한다.
박재근 귀농귀촌체험학교 교장은 “공장의 과다 유입으로 불투명해진 지역 정체성과 면 소재지 기능 상실에 따른 마을주민의 자긍심을 되살리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며 “문화이모작 사업으로 마을문화를 되살려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설명했다.
남해군 남면 다랭이마을
남해군 남면 다랭이 마을의 ‘마음1장 돌1장 옹기종기 돌담길’은 마을 안길 시멘트벽을 돌담으로 교체해 옛 돌담길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다랭이 마을은 마을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더 이상 관 주도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주도가 돼 마을 가꾸기 사업을 시행한다. 주민 124명이 모두 참여해 124m의 상징적 돌담 쌓기 운동으로 주민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도 해소하고 단절된 이웃 간의 정도 부활겠다는 것이다.
다랭이 마을 삶의 원천이었던 돌담길을 되살려 공간적 미학은 물론, 탐방객들에게 어머니 같은 시골모습을 재현해 엣 정취를 느끼게 하고 다시 찾는 지속가능한 마을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멘트 블록을 철거해 마을 내 자연석을 활용, 1단계로 마을 안길 570m 중 우선 124m를 돌담으로 교체하고, 사업 종료 후 마을 전체 안길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박선숙 씨는 “시멘트벽 허물기와 돌 나르기 등은 마을 주민과 탐방객의 자발적인 참여로 실시하고 돌담 쌓기는 경험 있는 어르신의 참여로 하나씩 쌓아나갈 계획이다”며 “124m 돌담쌓기가 티도 안 나겠지만 주민들이 주도해 마을살리기 운동을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이모작 사업은 이처럼 농산어촌 사람들과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예전에도 유사한 사업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중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문화이모작의 핵심은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문화를 통해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그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모형오 담당자는 “농어촌이 많은 경남의 실정을 고려한 문화예술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번 기획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인력을 양성해 마을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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