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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선생님이 된 책… QR코드 찍으면 수채화 작업과정 볼 수 있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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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57
내용

수채화가 신종식 씨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이 최근 발간한 미술실기서에 첨부된 QR코드를 실행해 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 유진메카닉스 직원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사내 갤러리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문재 기자/

 

미술이 우리 곁으로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미술과 디지털, 미술과 산업현장.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조합(調合)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 중견 수채화가 신종식 씨는 최근 자신이 펴낸 미술실기서에 QR코드를 삽입해 동영상을 통해 작업 과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김해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인 서양화가 박해인 씨는 각종 산업현장에 미술 전시공간을 꾸미고 있다.

‘그림, 이제 동영상으로 배워보세요.’

마음먹은 만큼 배워지지 않는 수채화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동영상이 첨부된 미술실기서가 발간됐다.

지역 중견 수채화가 신종식 작가가 최근 ‘신종식 수채화 모음집 Ⅲ’을 내놨다.

‘수채화 모음집 Ⅲ’은 수채화의 기본 소재인 꽃과 화병을 테마로 한 ‘Flower1’, ‘Flower2’, ‘Vase3’으로 구성, 3권을 1세트로 묶었다. 분량은 총 648쪽이다.

‘Flower1’, ‘Flower2’에는 다양한 꽃과 배경에 중점을 두고, 스케치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수채화의 단계별 작업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다. 또 다양한 꽃사진 수백 장을 첨부해 각자의 수준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Vase3’에는 다양한 모양과 질감의 화병들이 표현돼 있다. ‘Flower1·2’와 같은 방식으로 단계별 작업 과정과 화병 각각의 질감 표현을 섬세하게 기술했다.

이번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페이지마다 동영상을 첨부한 것으로, 미술실기책에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동영상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데, 해당 페이지의 작업 진행 과정을 2~3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신 작가는 “책에는 약 500개의 동영상이 담겨 있다. 작업 과정의 핵심 부분을 담은 것으로, 그림 그리는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책자에 동영상을 담기로 한 것은, 그림 입문자나 수험생 등이 늘 실기지도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학원이나 지도교사에게 그림을 배워도 혼자서 집중적으로 지도를 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니 시간이나 경비가 많이 소요돼 결국 그림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그림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녹화한 뒤 편집 과정을 거쳐 동영상을 완성했다.

신 작가는 “화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접하기 어렵지만, 동영상을 통하면 가능하다. 그림을 배우는 사람은 물론이고 가르치는 사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번 책이 미술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물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책자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www.soocolo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수채화분과 이사, 한국수채화협회 이사,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서울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경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풍경수채화자료집, 정물수채화자료집, 수채화모음집 Ⅰ·Ⅱ 등이 있다. 현재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에서 ‘수’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인 유진메카닉스(대표 박수상). 휴대폰 카메라렌즈와 터치스크린 모듈을 생산하는 첨단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신축한 회사는 제조 아이템에 걸맞게 외관이 깔끔하다. 건물 디자인도 공을 들인 듯 인접한 타 회사에 비해 두드러진다.

정작 깜짝 놀랄 일은 건물 안에 들어서고서다. 구석구석 미려한 마감처리에서 건축주의 감성(感性)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1층 접견실부터, 2층 로비와 직원휴게실 벽면에는 크고 작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

직원휴게실 공간은 가운데 소파를 배치하고 아예 갤러리로 꾸몄다. 잔잔하게 클래식 음악도 깔려 전문 갤러리에 들어선 느낌이다.

회화작품뿐 아니다. 옥상 공간에는 조형작품을, 직원식당 유리창에는 글래스-아트, 옥상 안쪽 벽면에도 재미 있는 벽화를 그려놓았다.

빈 공간이나 벽면 모두를 캔버스로 삼은 듯 미술 향기가 그득하다.

박 대표는 “제조업, 특히 벤처기업은 환경이 중요하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 작업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려고 갤러리를 꾸몄다”며 “직원 모두 만족해 하고 방문업체나 손님들도 색다른 분위기에 적잖게 감명을 받는 눈치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사내 갤러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완공이 임박한 지난해 2월이다.

같은 종교생활을 하는 박해인(김해 장유 마벨갤러리) 관장이 권유를 했고, 평소 직원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가 이를 선뜻 받아들이면서다.

박 관장이 큐레이터가 돼 제자들과 함께 회사 구석구석에 작품을 걸고, 그려 넣고, 설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이 회사 품질관리팀 최영순(45·여) 씨는 “미술작품을 접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제조업체라면 딱딱함을 먼저 떠올리지만 회사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림을 잘 모르지만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관심도 생기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유진메카닉스 같은 제조업체에 미술이 파고들고 있다.

박해인 관장은 “회사 내에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는 목적은 다 비슷하다. 직원들의 정서 함양과 보다 편안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다”며 “생산성 제고와 회사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 때문에 갤러리를 꾸미려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관장이 생산현장에 갤러리 설치를 추진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 유럽과 독일, 중국 등지에 전시회를 다니면서 국내보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목격하고서다.

박 관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업인들의 반응이 좋았고, 만만찮은 비용이었지만 흔쾌히 부담했다”며 “갤러리가 직원 복지와 회사를 위한 투자라는 마인드가 이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의 도움으로 갤러리를 연 회사는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4곳. 현재 창녕과 김해지역 공장 2곳에도 갤러리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갤러리는 2~3개월마다 작품이 바뀐다. 회사끼리 교환 전시를 하기도 하고, 때론 지역작가 초대전도 연다.

때문에 회사를 오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장르의 미술경험을 할 수 있고, 회사도 그림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생동감이 넘친다.

박 관장의 바람은 보다 많은 회사들이 갤러리를 설치하고 미술과 친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업작가들의 생활이 다소 나아지고, 신진작가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 관장은 “어렵게 작가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기업들이 갤러리를 열고, 또 미술에 관심을 가진다면 가능할 것이다”며 “뜻을 같이하는 기업인들과 함께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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