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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과 나눔을 실천한 퇴기 백영월- 장동화(창원시의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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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296
내용




천주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구룡사에 오르다 보면 절집 입구 왼편 느티나무 아래 비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다 보니 주변에 나무와 수풀이 가득해 들어가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 흔한 표지판 하나 없어 그냥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곳이기도 한데, 이 비석이 바로 ‘퇴기 백영월영세불망비’이다. 빗돌에 새긴 글을 한글로 풀면 이렇다. ‘읊어 이르길, 북동 사람들의 삶을 구한 공이 있어, 베푼 덕을 밤낮으로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해 우리는 어진 여인의 공적을 갚고자 천주산 남쪽 기슭에 한 빗돌을 세운다.’

그럼 이 비석이 기록하고 있는 어진 여인, 퇴기 백영월이 누구인가. 안타깝게도 퇴기 백영월에 대한 기록은 찾기가 쉽지 않다. 단지 젊을 때 기생으로 살다가 부를 축적한 뒤 다시 고향인 천주산 아래 북동마을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는데, 사는 동안 많은 선행을 했으며 특히 가뭄이 극심하던 어느 해 마을 주민들이 기근으로 먹고사는 일이 힘들게 되자 자신의 재산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베풀었으며 사후에도 전 재산을 마을에 기부했다고 한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그 은혜를 잊지 않고자 빗돌을 세워 기리고자 했다.

퇴기 백영월은 제주의 거상인 김만덕을 떠올리게 한다. 김만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조선 후기 제주도 관기 출신이었지만, 제주도민들이 재해로 기근에 시달릴 때 자신이 벌어들인 전 재산을 기부해 도민들의 목숨을 살려냈던 인물이다. 그래서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만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김만덕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만덕상’을 제정해 또 다른 만덕들을 배출하고 있다.

김만덕처럼 거상은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나눔과 베풂을 실천한 백영월 또한 지금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백영월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오래오래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세워진 영세불망비는 찾아가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일부 예술인들이 백영월을 소재로 문학작품과 공연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들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문화스토리텔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런 일이야말로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 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장동화(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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