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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술골목에 가봐야겠다-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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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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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85
내용

통술골목에 가봐야겠다-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마산 오동동 통술골목이 야단법석이다.

좁은 골목 양쪽 벽면에는 화가들이 벽화를 그리느라 여념이 없고, 골목 한가운데는 쉼터 조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또 입구 벽면에는 청동과 토우(土偶) 등으로 부조를 설치했고, 방문객이 골목에 들어서면 이들을 반기는 노래가 나오는 게이트도 설치한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벽면은 형광색 페인트로 말끔히 단장을 하거나, 직·간접 조명으로 처리했다.

한마디로 천지개벽 수준이다.

고백컨대, 창원에서 20여 년을 생활했지만 이곳 통술골목은 처음이다.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굳이 마산까지 나와 사람을 만날 일이 별로 없었던 게 이유다. 이 때문인지 칠하고, 뜯고, 붙이고, 그리고, 세우는 모든 것들이 꽤나 역동적이고 신선해 보인다.

지금의 오동동 통술골목의 대대적인 공사는 정부의 상권활성화사업에 따른 것이다. 총 예산 10억 원이 투입된 ‘소리길 조성사업’으로, 이곳 상인회가 주축이 돼 새로운 지역 명소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상인회는 이곳이 삶이 팍팍했던 시절 많은 문인과 화가 등 예술인들과 서민들이 대폿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눴던 낭만이 서린 장소라고 했다. 정돈되지 않았던, 또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 서로가 눈치보지 않고 가슴을 털어놓았던 소통의 장소였다는 얘기다.

상인회는 때문에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3·15의거가 이곳에서 발원(發源)된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리길 조성사업’의 주 테마는 역사·문화·예술이다. 이를 통해 통술골목이 지녔던 옛 명성(?)을 오롯이 재현해 보이겠다는 게 사업의 목적이다.

역사의 아이콘은 3·15의거다. 국립 3·15민주묘지에 설치된 동판 부조를 그대로 옮겨왔고, 토우를 이용해 3·15의거 시작부터의 진행 상황을 12가지 모형으로 표현했다. 당시 현장 사진 30여 점도 스테인리스 글래스로 만들어 부착했고, 관련 조형물도 곳곳에 세웠다.

문화와 예술은 곳곳에 그려진 대형 벽화와 화사한 도색에 녹아들었다.

특히 부산 자갈치시장과 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오다 마산에 정착한 이후 마산어시장과 오동동의 모습을 그려온 현재호(2004년 작고) 선생이 후배 화가들에 의해 부활하고 있다. 많은 화가 중 고인의 작품이 벽화로 선정된 것은 고인이 어시장 좌판상과 노점상 등 서민들의 모습을 그려 왔고, 오동동 통술골목 풍경도 작품 소재로 종종 등장했다. 때문에 고인은 마산 정서, 특히 이곳 오동동 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로 평가받아 ‘소리길 조성사업’의 주연이 된 것이다.

고인의 생전 작품들은 현재 지역 후배 화가들에 의해 담벽에 옮겨지고 있는데, 30여 점이 통술거리 곳곳의 벽면을 장식하게 된다.

벽화는 100호에서 300호 크기로 수성·유성페인트, 아크릴 혼합재료가 쓰이고, 일부 작품에는 철판과 LED 등 오브제도 사용되고 있다. 복제 그림이지만 작가가 가장 낮은 곳에 머물면서도 끊임없이 갈구했던 사랑과 자유를 읽어내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쉼터는 간이 의자도 놓이고, 작은 무대를 만들어 미니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골목길은 알차고 의미 있는 내용물을 담는 덕분에, 에어컨 실외기 정리라든지 CCTV 설치 등 기본적인 인프라도 많이 정비됐다.

사업은 이번 달 말 준공 예정으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상인회 측은 완공 후 통술골목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활기 넘치고 특화된 골목문화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대가 많이 된다. 오랜 시간 이곳 골목을 오간 사람들이 만들고 또 남기고 간 역사와 문화를 다시 버무려 빚어낸 모양이 어떨지. 좀 쓸쓸하다 싶은 어느 가을 밤, 통술골목에 한번 가봐야겠다.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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