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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투잡, 스리잡' 예사인 예술인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2.2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031
내용

이벤트업체 직원 한 명이 숨졌다. 경주의 한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져 숨진 학생들과 같이 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당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역할이었는데, 그가 찍은 행사장면과 붕괴사고 순간이 경찰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 합의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연극배우이자 예술강사인 그는 일거리가 없는 겨울에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2011년 초였을 것이다.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일이 있었다. 큰 사회적 파문을 몰고 왔던 그 사건 이후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지고 2012년 11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었다. 그것으로 된 것일까? 하지만 아직도 뭔가가 부족하고 원활하지 않은 느낌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숨진 최 씨의 경우를 통해 살펴보자. 그는 연극배우로는 생활고를 해결할 수 없어 전문 예술강사로 활동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선발한 전문 예술강사로 2003년부터 초·중·고등학교 방과후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열심히 해보아야 한 달에 100만 원을 넘기기 어려운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일정하지 않고 1년 중 6~10개월이면 끝나고 만다. 여름방학 때나 시험기간이 되면 쉬거나 절반 이하가 되고 겨울이면 서너 달 이상 그마저 일거리가 없어진다. 그나마 주강사의 경우 시간당 4만 원인 강사비가 보조 강사의 경우 2만 원에 불과하다.

 

이렇듯 예술강사 활동으로 생활고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최저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게다가 미리 강의안을 만들어 수업 준비하고 발표회를 한다든지, 견학 및 체험수업을 진행하고 각종 회의록, 성과보고, 회계 및 정산 등 많은 잡무를 처리하다 보면 강사가 받는 실제 보수보다 일거리가 많고 복잡한 것이 현실이다.

 

예술강사 활동을 직업 삼아 평범한 직장인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예술강사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이런 정도라면 열심히 일하고도 생활고를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예술인 본업에도 충실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 씨가 연극인으로서, 또 전문 예술강사로 일하면서도 생활고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최 씨 같은 예술인이 부지기수로 많다. 연극 하는 후배는

예술강사도 하고 방송 일도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뛴다. 소설 쓰는 후배는 대필작가로도 뛰고 과외도 한다. 전통예술을 하는 후배는 예술강사에 보험 일도 한다. '투잡', '스리잡'은 예사고 심한 경우 네다섯 가지 일도 불사한다. 서른, 마흔이 넘도록 혼자 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일을 하는 경우, 자신이 예술인인지 예술강사인지, 아니면 그냥 '잡×, 잡△'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도 많다. 공통점도 있다. 거의 모든 이들이 순수한 예술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당장 입에 거미줄을 칠 수 없어 '잡×, 잡△'으로 살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예술가면 예술만 하고 살지, 뭐 그런 일까지 하느냐"고 빈정댄다. 같은 동료 중에도 예술에 집중하지 않고 예술강사를 겸하는 경우 얕잡아 보는 이도 있다.

 

법이 생기고 재단도 있지만, 아직 초기라 시행착오가 많다. 보험이나 복지문제 등에서 다른 직업군, 혹은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는 최 씨와 같은 사례, 거슬러 올라가 생활고에 숨진 시나리오 작가, 일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화감독 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 더 이상 가슴 아픈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벼랑 끝에 선 예술인들을 구해야 한다.

 

 

 

 

 

 

 

 

[아침을 열며]'투잡, 스리잡' 예사인 예술인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9221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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