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문신미술관과 창원시는 문신(1923~1995)을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로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나 대중적이고 전국적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수준은 아니다.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 2008년 발표한 '조각가 문신의 문화브랜드화 방안' 보고서에 담긴 전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1071명) 가운데 단 3.9%만이 문신을 알고 있었다. 도민(337명)은 37.1%가 문신을 안다고 답했다.

한상우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전체적으로 국민의 문신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았으며 경남지역 주민들에게도 문신이 강하게 각인돼 있지 않았다"며 "경남의 경우 문신미술관을 통해 문신을 알게 됐다는 답변이 많은 만큼 미술관 시설의 운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신미술관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일반인들에겐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미술관이다. 결국 다양한 기획과 전시, 대중적 홍보를 통해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개관 때부터 최근까지 열린 전시를 보면 다소 단조로운 인상을 준다. 문신이라는 이름에 매여 그에 부응하는 전시가 주를 이룬다.

'문신미술관 개관기념 드로잉전'(2004년), '문신 드로잉전 재미있는 상상'(2005년), '문신 미공개 구상드로잉'(2007년), '삶과 예술의 여정-문신 드로잉전'(2012년)과 '문신일대기 사진 및 친필원고전'(2005년), '문신 자료전'(2007년), '마에스트로 문신전'(2008년)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신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난 대중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기획·전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에 위치한 문신미술관 내부. /경남도민일보 DB 

최명재 아츠풀 삼진미술관 큐레이터는 "문신미술관에는 독특함이 없다. 기획력이나 브랜드 마케팅에서 유일하거나 최초이거나 최고인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이다"라면서 "한 사람의 이미지 저장소로 상실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신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부족하다. 문신에 대한 재조명, 작품 세계를 다룬 책과 논문이 나와야 하지만 정체된 상태다.

지난 2002년 문신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문신미술상도 형평성과 차별성 등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문신미술상 심사에 참여했던 한 미술계 인사는 "문신미술상은 문신의 예술정신을 높이고 한국 미술의 진취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상이다. 하지만 수상자 면면을 보면 상의 제정 취지와 동떨어진 사람이거나 이미 한국 조각계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문신미술관과 같은 공립 형태의 개인 작가 미술관이 총 16개 있다.

대부분 문신미술관처럼 '관리'에 급급한 수준이지만 백남준아트센터(경기도 용인시)와 이중섭미술관(제주도 서귀포시)은 그렇지 않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관장(1명)과 학예팀(10명)으로 구성돼 전문적·체계적이다. 이중섭미술관은 드라마 촬영지 등을 통한 홍보,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각종 지역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신미술관은 두 미술관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술평론가 강선학 씨는 "현재 문신미술관은 관장이 없고 학예실도 왜소하다. 미술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인을 관장으로 영입하고, 학예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신미술관은 문신의 부인인 최성숙 씨가 명예관장이며 따로 관장은 없다. 학예연구사는 2명이지만 이 중 한 명은 지난해 5월 뽑혔다.

미술계 한 인사는 "문신미술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유족들이 미술관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성숙 명예관장은 올해부터 문신미술상 운영위원장으로도 2년간 활동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