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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시청 소속 회사로 경제발전 계획을 담당하는 바르셀로나 악티바(activa) 옆에는 창업보육센터가 있다. 타자기 생산업체 올리베트의 창고 건물을 뜯어고쳐 창업보육센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버려진 공간이 생산성 가득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가 무수히 많다. 지금도 75개 신설 기업에서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같은 창업시장 활기는 산업단지와 도시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창업기업 아이디어는 중소기업으로 옮겨져 활용되거나 대기업이 사들이기도 한다.
현재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어떠한가. '혁신'을 앞둔 창원산단이 주목해야 할 것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다.
지난 4월 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원국가산업단지와 창조경제 - 창업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홍정효 창원시 창업지원센터장(경남대 경영학부 교수)이 발표한 내용을 보자.
2012년 말 기준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창업보육센터는 창원에 7곳. 여기에 입주한 기업이 129개, 종업원 421명이 일하고 있다. 입주기업 수는 전국 2.5% 수준, 매출액은 318억 원으로 전국 1.9%밖에 안 된다.
창업 분야에서 활기를 찾기 어려운데다 첨단기술 비중은 갈수록 떨어졌다. 경남은 첨단기술 비중이 2000년 38.4%에서 2010년 11.6%로 낮아졌다. 반면 중저위기술 비중은 2000년 32.9%에서 2010년 62.1%로 높아졌다. 중저위기술 품목에는 제1차 금속제품, 비철금속제품, 조립금속제품, 전기기계, 전기변환장치, 선박·수리 등이 포함된다.
또 창원산단은 국내 최대 기계산업 집적지이지만 '대기업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내 기계산업 생산액의 20%를 차지하고, 2388개 입주기업 중 기계 업종이 1417개사로 59% 비율이다. 지난해 단지 내에서 기계 업종 생산액은 33조 원을 넘어 전체 67.3%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홍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기업 활동 형태로,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기업과 협력 관계다. 기술개발은 대기업 의존적이고, 중소기업 기술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일반기계, 가전기기, 공작기계, 운송장비 등 분야별로 선도 대기업이 있고,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은 수출보다 내수 위주로 대기업 납품과 국내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창업과 관련해 홍 교수는 "주력산업인 기계산업은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기업들의 강한 상호 연관성으로, 신규 창업기업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면서 "경기 침체 등으로 창업하려는 전문기술 인력 수도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T) 분야 업체는 숙련도가 높은 전문인력 채용이 상당히 어렵다.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지방 기업체에 대한 취업 기피, 2~3년 정도 경력 인력의 수도권 이직 문제가 있다. 신규 창업 또는 초기 창업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복지 수준으로 우수 인력 채용이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 인력 유출 심화가 문제다. 홍 교수는 "지역 특화·전략산업 특성상 연구개발을 할 때 상호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은 대부분 핵심기술 개발이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어 전문기술 인력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본과 기술 수도권 편중화, 수도권과 지역 정보력 차이 등으로 창업 인프라는 미흡하다. 특히 창업·벤처캐피털 등 금융 지원이 창원산단 규모보다 미약하다"며 "창업기업이 벤처캐피털 또는 엔젤펀드 등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높은 지가와 임대료 등이 부담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창원산단에서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지역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하고 거래하면서 창업까지 이뤄질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종 업종 또는 서로 다른 업종이 경계를 허물며 협업과 융합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신규 시장도 창출하는 등 창업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창의성과 아이디어 기반 비즈니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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