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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정사무 감사·예산 심사서 준비·답변 미흡 드러내
'교육의원 일몰제' 이후 선출직 도의원에게만 행정사무 감사와 예·결산 심사를 처음 받은 경남도교육청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도교육청 스스로 그 시련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10대 도의회 첫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당초 예산 심사에서 도교육청은 낡고 약한 방패로 도의원의 창을 막는 데 급급했다. 과장급 간부 상당수는 제대로 답변을 못해 호통을 들어야 했고,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는 '최소한의 정무적 판단'조차 찾기 어려웠다.
◇바뀐 교육자치제도, 적응 못 하는 도교육청 =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과 함께한 교육자치제는 광역 시·도교육청에 자체 교육위원회를 둬 교육위원이 행정사무 감사를 하고 예·결산 심사만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받는 형태로 2010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교육청에 둔 교육위원회를 도의회로 이관해 전담위원회(교육위원회)로 운영됐다. 9대 도의회 교육위는 도의원과 신분은 같지만 교육위에서만 활동하는 선출직 교육의원 4명, 일반 도의원 3명 등 7명으로 이뤄졌다. 이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 예비심사를 맡았고, 예결특위는 전문성을 인정해 교육위 예비심사를 존중했다.
교육위원이나 교육의원은 대부분 전직 교사나 교수 출신이라서 교육행정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높은 반면, 교육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대하기 편했다.
15일 경남도의회에서 도교육청 소관 2014년도 2회 추경예산 예결특위 종합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남도의회 |
올 7월 초 10대 경남도의회가 개원하고 교육위원회 단독 상임위 폐지 논의가 있었지만 도의회는 도교육청 기관 위상과 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단독 상임위로 유지했다. 하지만 그 구성은 일반 도의원으로만 돼 도교육청이 준비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10대 도의회 첫 행정사무감사, 예산 예비·종합 심사에서 보여준 도교육청 모습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학교 무상급식' 블랙홀 덕분에 박종훈 교육감의 '행복학교' 등 다른 주요 사업이 쟁점화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준비 부족·정치력 부재 드러나 = 학교 무상급식 예산 관련해 예결특위 종합 심사 전 특위 내부는 교육위 원안(도청 세입 예산 미삭감) 통과 의견 6, 반대 7로 팽팽하게 나뉘어 시작했다는 게 후문이다. 도청의 적극적인 대처와는 달리 도교육청의 준비 부족, 답변 미흡, 정치력 부재 등이 엮이면서 지금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도의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 소관 예결특위 위원이었던 박춘식(새누리당·남해) 의원은 "농해양수산위 소속으로 도청 1회 추경예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를 경험했다. 도교육청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표현의 근거로 박 의원은 우선 도청과 비교해 답변 수준이 너무 떨어졌고, 두 번째로 자료를 요구하면 제대로 오지 않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박 의원은 "예산을 편성한 담당 과장이나 실·국장이 자신 있게 설명을 못 하더라. 단순히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돼 그런 것인지, 해당 사업과 자기 교육철학이 달라 저렇게 답변을 못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예결특위 위원이던 강민국(새누리당·진주3) 의원은 "도교육청이 정무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몰제로 교육의원이 없어진 첫해 도의회 심사 과정을 보면 도교육청이 그간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다. 학교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도청이 교육위 예비 심사 후 지방재정법 위반이라고 계속 지적하는데도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도의회 자체 법률 자문이 나오고서, 그것도 예결특위 마지막 날 부교육감이 '우리도 법률 조언을 받았는데, 도의회 자문과 다르다'고 말했다. 선제 대응이 굉장히 약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영국(노동당·창원5) 의원은 "도교육청 간부 상당수가 일선 학교장을 하다가 바로 과장을 맡다 보니 해당 교육 분야 전반에 대한 업무 파악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 도의회를 통해 교육청 사업이 이뤄진다는 점을 교육청 직원과 일선 학교장, 지역 교육장이 너무 모른다. 바뀐 토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도나 각 시·군은 필요 사업비를 확보하고자 국회와 중앙부처를 뛰어다니는데, 교육청은 그런 경험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도의원을 자주 만나 소통하는 등 이런 훈련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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