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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만져보는 이른바 '동물체험장'에 대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부모들의 반응과 비인도적이라는 동물단체의 비판이 엇갈린다.
창원에 사는 유리(33) 씨는 얼마 전 은행에 들렀다 우연하게 벽에 붙어 있는 행사 포스터를 보게 됐다. 3월 1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주최하는 지구자연사 대탐험전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포스터를 찬찬히 살피던 그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체험학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어서다.
유리 씨는 "동물을 체험하는 형태의 전시는 그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내 아이의 재미와 호기심 충족을 위해 다른 생명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절대 교육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떠한 의미에서든 동물체험은 생명을 경시하는 법을 배우는 잘못된 교육이라는 것이다.
반면 어린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선 이런 체험행사가 더없이 반갑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실제 동물을 만져볼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정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평일인 21일에도 창원컨벤션센터엔 지구자연사 대탐험전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부분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었다.
/일러스트 권범철 기자 |
이곳에선 뱀·기니피그·토끼·거북·도마뱀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체험학습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관람객 김대기(41) 씨는 "다른 지역에서 하는 동물체험행사에도 종종 간 적이 있다"며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느끼고 만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행사가 비인도적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이런 기회가 적다 보니 눈감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도 대탐험전에 다녀온 부모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다양한 동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아들이 너무 좋아해서 즐거웠다"며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동물체험은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동물자유연대나 동물보호시민연대 '카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동물체험을 비롯해 동물 전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 같은 체험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해서다. '카라'는 체험장 안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 모습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올바른 생물학적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동물을 장난감이나 소모품처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체험이 교육보다 오락 산업에 가깝다는 견해다. 경제적 이윤 때문에 동물의 희생을 강요하고 학대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또 평소 자녀에게 자제력과 참을성을 강조하던 부모들이 체험장에선 동물을 마음대로 만지고 주무르도록 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꼬집는다.
이들은 동물체험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살모넬라균 감염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동물체험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 때문에 파충류나 양서류를 직접 만지지 말 것을 권고하는 반면, 우리나라 체험시설에선 관람객에게 이러한 사실이나 예방법 등을 안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입장은 동물을 주제로 한 교육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물체험장에 생명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배움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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