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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지 않은 길, 그리고 ‘인생2막’- 이상목(경제부장)

작성자
박이랑
작성일
2015.03.29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27
내용

누구나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한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퓰리처상을 네 번 수상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만큼 그 서정을 잘 읊조린 사람이 또 있을까? 편안하게 독백하는 듯한 그의 시는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다. ‘The road not taken’이란 제목의 이 시는 어려운 시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큰 공명(共鳴)을 불러일으킨다. 은퇴 후의 인생 2막을 그리며 시를 흥얼거리노라면 일상에 지친 마음이 말갛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꺾이어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과 맞닿아 끝이 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 시는 프로스트가 실의와 방황에 빠져 있던 20대 중반에 쓴 시라고 하는데 일찍이 신산(辛酸)을 경험한 탓인지 깊은 내공이 묻어난다. 기실 그는 젊은 시절 구두점 운영과 주간지 기자, 농장 경영 등 여러 갈래 길을 다 걸어 보았던 사람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가 보았던 길’에 대해 예찬하기를 주저한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방증이다. 경우가 약간 다르긴 해도, 얼마 전 흥행했던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주인공 대사가 압권이었다. “아버지~,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인생2막에 더 큰 기대를 거는지도 모른다. 인생 1막이 자유의지와는 상관없는 가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인생 2막은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인들 상상처럼 즐거움만 있겠는가.

경남신문은 창간 69돌을 즈음해 ‘은퇴 베이비부머의 인생 2막’ 시리즈를 기획했다.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대기업 전문기술인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 사직하고 공작기계수리업을 창업해 즐겁게 사는 사람, 정년퇴임 후 고향마을 이장으로 봉사의 삶을 사는 전직 부시장을 포함해 세 가지 사례가 소개됐다. 이후로도 여러 사례가 보도되겠지만, 인생 2막이라고 어찌 만족스런 삶만 기다리고 있겠는가.

삶은 24시간 내내 선택의 연속이다. 프로스트도 시에서 언급했지만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꿔 놓는다. 그렇다고 한 번에 여럿을 다 선택할 수 있는 행운은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런데 더 냉엄한 사실은 인생이 딱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이 엄중한 본질 앞에 모두에게는 이런 화두가 던져진다.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이상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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