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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학동, 세상 밖으로 나오다- 김종부(전 창원시 제2부시장)

작성자
왕혜원
작성일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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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965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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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 지리산 깊은 산속에 있던 청학동은 1978년까지만 해도 심산유곡의 이상향으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진 곳이었다.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이 세상과 담을 쌓고 예전 고유의 풍습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외진 산골짝에 그들만의 종교와 문물을 지켜 보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경이롭게 보였다.

조선시대의 풍습을 지키고 있는 그들의 생활상이 점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79년 봄, 당시 김성주 도지사가 경찰국의 헬기를 타고 청학동을 찾았다. 당시 필자는 수행비서로 함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학동을 가는 도로가 개설되지 않아 승용차로는 접근할 수 없었다.

정말 놀라웠다. 주민들의 차림새부터 현대인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상투를 틀고 갓을 썼으며 아이들은 사내거나 계집애이거나 머리를 땋아 등에 길게 늘어뜨렸다.

집도 모두 우리 전통 한옥인 초가집이었고, 동리 가운데 서있는 광장의 탑도 절에 세워져 있는 것과 모양이 사뭇 달랐다.

아이나 어른이나 짚신이나 고무신을 신었다. 옷은 한복으로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는데 정상적인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었고, 과목도 국어나 수학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서당에서 천자문이나 소학 같은 한문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몸을 흔들며 명심보감인가 소학인가 소리 높여 읽는 게 가락이 듣기 참 좋았다.

외지인들의 왕래가 통 없었던 듯 현대적인 문물이 보이지 않고 호롱불을 켜고 살았다. 오직 그들끼리 자급자족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혼인마저 그 동리 주민끼리 한다고 했다.

김 지사가 청학동 주민들에게 숙원사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전기 가설이었다. 김 지사가 흔쾌히 약속하였고, 예산 500만원을 배정하였다. 곧 전기가 들어갔다.

이 후 최종호 지사, 이규효 지사도 청학동을 방문하였다. 그때도 여전히 길이 불편하여 헬기를 이용했다. 지금은 어렵지 않게 청학동을 찾는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그곳에서 숙식을 하며 수련을 한다. 이제는 세상에 너무 많이 알려져 관광지가 된 느낌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 마을 모습이나 건물 배치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양상으로 바뀌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해서 무척 아쉽기만 하다.

뒤에 여러 차례 청학동을 찾으면서 느낀 점은 최초의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되었더라면 하는 마음이었다.

김 종 부

전 창원시 제2부시장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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