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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데스크칼럼]설마 나? 바로 나!

작성자
박이랑
작성일
2015.09.2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958
내용

"메르스 이후로 병실 문화 등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들 인식이 좀 개선됐죠?" 이 질문에 도내 한 종합병원 의사가 바로 손사래 쳤다. "그거,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병실이 아주 시장바닥 같아요."

메르스 사태 당시 확산 이유 중 하나로 우리나라 병실 문화가 거론됐다.

한 사람이 입원하면 친구, 직장동료, 친인척, 동호회원 등 온갖 사람이 줄줄이 문병 온다. 병실에서 한참 먹고 떠들다가 돌아간다. 환자는 자신이 입원하게 된 경위를 이전 병력까지 끄집어 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같은 병실 환자들은 같은 이야기를 도대체 몇 번 듣는지 모른다. 스트레스다. 지인 문병을 갔다가 환자의 친구가 소주와 맥주, 생선회 등을 가지고 온 것을 보기도 했다. 한 의사는 "병실 회진을 가면 마치 펜션에 놀러온 듯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방문객 수와 시간을 제한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지난주 한 종합병원을 방문하니 응급실 앞에 예전에는 없던 방문객 체크 테이블이 있긴 했지만 일반 병실은 출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방문객뿐 아니라 환자들도 이 병실 저 병실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각각 다른 병실에 있던 보호자들이 무료한 시간을 함께 때우면서 폐렴으로 입원한 아이와 다른 병으로 입원한 아이를 한데 어울려 놀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병원 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 몇 달 되지 않은 우리네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안전 불감증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하다.

얼마 전 창원 귀산동 해안가에 간 적이 있다. 마침 그날이 사리 날이어서 해수면이 높으니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이 어딘가에서 계속 들렸다. 그런데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다 방향으로 튀어나온 방파제 한쪽에서 고기를 구워 먹던 사람들에게 "조금 있으면 물이 이 위까지 오니까 철수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멀뚱멀뚱 신경 쓰지 않았다.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아 '재해 공화국'이라고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남의 일'로 치부한다. "배에서 마시는 술은 취하지 않는다", "산에서 마시는 술은 안 취한다"며 산에서 바다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정말 사고가 남의 일일까. 회사 앞 오거리에서는 교통사고가 자주 난다. 자주 '끽~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난해 집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그 후부터 다른 사고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사고로 뒤집어진 저 차 안에 내가 타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것이다.

"암일 확률이 몇 퍼센트일까요?"라고 묻는 환자에게 의사가 답했다. "퍼센트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확률이 10%라고 당신 종양을 10%만 잘라낼 순 없는 거잖아요. 당신이 암이라면 당신에겐 그 확률이 100%인 겁니다."

이원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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