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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높은 벽 허문 시민 예술가들…서툴러도 열정 충만한 무대 주인공
지난 22일 10대에서 80대까지 평범한 창원시민들이 성산아트홀 대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1080동네방네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선 이들은 비록 어설프고 긴장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누구보다 빛났다. 노래도 율동도 완전하진 않았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큰 무대 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시민합창단도, 객석에 앉아 손뼉을 치며 그들을 응원하는 시민도 그 시간을 즐겼다. 공연 후 로비에서는 합창단과 관객이 뒤섞여 서로 축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자부심 섞인 웃음을 한껏 띤 이들은 모두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었다.
최근 평범한 사람들의 무대가 눈에 많이 띈다. 연극이라곤 해 본적 없는 여성과 어르신들이 함안 극단 아시랑의 도움으로 각각 지난 9월과 이달 초 연극발표회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남들 앞에 서기 위해 연습을 하면서 성격이 달라지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창원 마산무학여중에서는 전교생 499명의 합주발표회라는 장관이 연출됐다. 몇몇 음악특기생의 무대가 아닌, 바이올린·첼로·색소폰 같은 악기는 물론 구입 부담이 적은 리코더와 우쿨렐레까지 총출동해 '한 명도 빠지지 않은'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공연장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 하루 살기도 바쁘고 힘든 사람들은 '공연장' 무대 위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 역시 '높은 벽'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그 벽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의 마음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 전문 지식이나 조예가 없어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된 무료 문화행사가 꽤 많다.
경남도민일보사에서 해마다 무료로 여는 재즈콘서트나 학생합창제에서는 마치 '동네 어르신이 마실 삼아' 구경 온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대 위는 또 어떤가. 지난달 열린 '열아홉을 위하여' 예선에선 노랫소리보다 웃음소리가 더 큰 여고생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비록 이 학생은 예선 탈락했지만, 본선 행사 날, 친구들과 객석에서 누구보다 큰 소리로 환호하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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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논단에 분노한 촛불이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이라는 공약을 이뤘다는 아이러니한 농담(?)도 나온다. 촛불집회를 구경 오는 외국인이 있다는 뉴스에 '창조 경제' 공약을 이뤘다는 댓글이 달린다. 또 박 대통령이 일반 시민과 어린이들에게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줬다는 이야기도 한다. 스스로 의사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능력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대통령을 하는데 그보다 훨씬 똑똑한 일반인이 대통령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아무나 할 수 있는 2016년 대한민국이다. 예술, 아무나 못할 이유가 없다. 비선 세력이 없어도, 몇 시간이나 공들여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하지 않아도, 20억 원짜리 말이 없어도 누구든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서툴러도 괜찮다. 열정이 있다면, 무엇보다 즐길 마음만 있다면 그 순간 이미 주인공이다.
도민일보 이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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