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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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의령의 의병제전에 다녀왔다. 의병호국마당인 기념식장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의병문화마당에서 전통체험과 예술체험을 즐겼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의령을 떠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문득, 마을의 굴뚝연기가 피어오르며 풍악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리는 듯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가지산 자락 산속 깊은 마을, 잔치가 있는 날이면 진종일 풍악을 울리며 해가 져도 아쉬워 헤어지지 못하고 신명나게 놀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모습들이… 엊그제처럼 떠오르는데,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예전의 문화예술 향유는 눈으로만 즐겼던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이며 열려 있는 소통이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물질적인 풍요보다 가무에 더 관대하고 풍요로웠던 것은 고대부터 전해온 세시풍습이나 역사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후한서에 보면, 삼한시대 변한(경상도 지역)에서는 소도에서 천군이 제사를 올리며 5월 낙종기 이후나 10월 추수절에 군중이 모여 부락공동체에서는 제사 후 음주가무로 밤낮없이 즐겁게 놀았다고 전한다. 어디 이것뿐인가?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에 있어 지금의 경상도 지역 가무는 더욱 발전해 오늘날 정재로서 무형문화재가 된 검무나 처용무 등이 있다.
한편, 삼국사기에서 언급하는 가무백희의 민속무가 있었고, 또 진흥왕은 우륵에게 명해 계고, 법지, 만덕에게 가야금, 노래, 춤을 가르치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국태민안을 위한 도솔가무, 길쌈놀이 이후 동네의 아낙들이 모두 춤을 추었다는 회소가무, 상서로운 기운으로 봉황새가 울면 춤추었다는 소경무, 백결 선생이 배고픔을 잊기 위한 가야금 연주에 춘 춤인 대금무 등이 있었다. 이 춤들의 대부분은 통일신라로 이어져 가무, 하신열무, 사내무, 상신열무, 소경무, 대금무, 미지무, 검무, 황창랑무, 처용무 등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춤들과 함께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경상도에서 자생된 여러 민속춤도 민중과 더불어 성행했다.
각 지역의 농악과 불교의식춤, 무속춤, 탈춤인 야류와 오광대 등등의 다양한 춤판의 넘실거림은 우리에게 급기야는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문화예술 트렌드가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이즈음 눈으로만 즐기는 예술 향유는 인간에게 소외감을 더 짙어지게 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가 도래되면 인간의 감성이 더 그립고 자연·예술의 아름다움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급변하는 오늘날 전통예술은 설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야 함은 필연적이긴 하다.
현 정부가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를 내세우며, 지역과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시대와 공정한 문화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전략으로 한다면 이는 4차 산업과 함께 6차 산업을 향한 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의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이다. 농산물을 생산만 했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자원을 이용해서 체험프로그램 등의 서비스업으로 확대시키는 산업이 6차 산업이라면 예컨대,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생활체험과 함께 그 고구마를 구매한다면 이와 더불어 북과 꽹과리를 치며 고된 육체노동을 잊고 즐기며 배워보고 연주해 보는 일석이조의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다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과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시대와 공정한 문화산업의 생태계 조성으로 향한 멋진 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으로써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의 몸소 체험을 위한 교육까지 연계할 수 있을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6차 산업과 더불어 녹아들 수 있는 문화예술의 향유로써 생활문화와 어우러지는 예술체험은 경제·사회적 부가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문화국가로서 행보를 준비해야 할 과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김미숙 (경상대학교 민속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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