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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14일 40여 일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시됐던 작품들 대부분이 작가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고 열다섯 작품은 용지공원 포정사 뜰에 영구히 설치될 것이다.
남겨진 작품들은 야외 설치가 가능하고 ‘접근 금지, 만지지 마세요’라는 경고문구가 없는 작품들이다. 열다섯 개의 작품 중에는 ‘예술작품과 함께 놀기’라는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취지에 걸맞게 유난히 아이들이 잘 만지고 잘 노는 작품들이 있다.
먼저, 조숙진 작가의 <삶의 색채>라는 작품이다. 드럼통 서른다섯 개에다 색동옷을 입히고 다섯 단으로 쌓아놓았다. 드럼통 속으로 어린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논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노는 모습이 마치 벌집 속의 꿀벌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안종연 작가의 작품 <아마란스>는 용지공원에 핀 한 송이 거대한 꽃이다. 꽃술이 하늘 높이 솟아있고 꽃잎 하단에 관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조각 작품 속을 맘껏 거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꽃술 부분에는 LED를 설치하여 화려하고 다채로운 꽃의 이미지를 더욱 상승시켰으며, 스스로 빛을 내어 색깔을 바꿔 어둠을 밝히는 조명 역할을 하도록 했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 때문인지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구본주 작가의 ‘비스킷 나눠먹기 2’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작품이다. 중년 남자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입을 크게 벌려 비스킷을 나눠 먹는 모습인데, 두 인물 사이의 비스킷이 긴 목판으로 대체되어 벤치로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잘 살피라고 배려해준 것인가? 하는 기분 좋은 착각도 든다. 놀이공간인 동시에 스트리트 퍼니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 존이자 휴게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작품을 다 언급할 순 없지만,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로 인해 용지공원은 시민들에게 보다 살갑게 다가서는 향기로운 문화예술 쉼터로 변모했다. 쉬는 날 입던 옷 그대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느릿느릿 나들이해보자. 조각 예술과 아이들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이 가을 용지공원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고영문 (창원문화재단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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